점점 가라앉는 것이 두려운 당신에게
문득 주위를 한 번 돌아보았다. 그 어떤 여백도 허용하지 않은 공간 속에서 갑자기 숨이 꽉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필요에 의해 배치된 온갖 잡동사니가 갈 곳을 잃은 듯 자신의 자리를 벗어난 상태였다. 언젠가는 사용할 물건, 곧 사용할 물건,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이 쌓이고 또 쌓였다. 그리고 나는 다시 미래의 실용성을 위해 새로운 물건을 탐색 중이었다.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것, 꼭 소장하고 싶었던 것,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순간의 만족이 평생 보장되지 않음을 알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많은 물건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겨났던 것이다. 방 하나를 창고처럼 사용하면서 비생산적인 수집활동에 열을 올리다가 결국 '버리기'를 시작했다. 현재라는 시점에서 비효율적인 것, 재사용 가치가 없는 것은 모조리 버렸고, 더이상 새로운 물건을 사들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몸에 좋은 음식을 억지로 먹었다가 도로 뱉어낸 것과 같았다.
꾸역꾸역 삼켜버린 삶의 건더기를 뱉어내는 시간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삶은 아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요즘의 나는 어떤 갈증을 느끼고 있었나 보다. 심플하게 산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프랑스 출신 수필작가인 도미니크 로로, 그녀는 단순함으로부터 발견하는 삶의 지혜 그리고 동양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구적 방식과는 달리 모든 것이 심플함으로 완성되는 동양미에서 어떤 특별함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에 <심플하게 산다>는 그녀의 삶에 대한 심플한 스타일과 지혜가 가지런히 정리·정돈되어 있다. 책은 소유의 무게 그리고 소유의 의미와 가치를 중심으로 우리를 둘러싼 물건, 몸, 마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선택할 대상이 많아졌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은 우리의 삶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소비사회에서 '소비하지 않을 권리'를 당당히 누려라
물질적으로 궁핍했던 시절의 사람들은 이제 당당히 소비할 수 있음에도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 자신이 소비자로서 활동한다는 것이 마치 엄청난 낭비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 없는 낭비와 이유 있는 소비는 절대로 같을 수 없다. 이제는 마음껏 누리면서 살고 싶은 사람이 이유 없는 낭비를 한다면, 보다 현명하고 실속있는 삶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이유 있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도미니크 로로는 값이 싼 물건 열 개보다 값비싼 물건 하나가 평생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 그리고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이러한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보관하는 '집'이라는 장소도 중요하다고 했다. 먼저 생각해보고 싶다. 집은 무엇이며, 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다시 집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로서 존재해야 하는지.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의 희로애락을 공유하고, 인간의 자유분방한 삶을 지속시키는 힘이 바로 집에서 시작된다면 말이다. 집은 더더욱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소박함 그리고 화려하지 않은 삶의 주인공이 되려면
책은 이렇게 말한다. "물건이 늘어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삶이란 모름지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텅 빈 공간에 작은 화분 하나 놓을지라도 이를 마치 여백에 태어난 생명처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책상 위에는 공책 한 권과 연필 한 자루면 충분할 것이고, 지갑은 지폐와 동전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하나만 있으면 될 것이다. 신발은 계절과 상황에 따라 몇 켤레만 있으면 된다. 다양한 색상, 기분에 따라 달리하는 온갖 장신구 역시 삶에 있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우리가 지속적인 소박함을 누리려면 '심플한 마음'부터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을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지금 저 공간, 저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까?"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지금 저 공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자고 말이다. 끝으로 도미니크 로로의 인상적인 글을 남겨본다.
「소유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사회는 가난하다. 광고에 휘둘리는 사회는 가난하다. 경쟁의 악순환이 계속되도록 내버려 두는 사회는 가난하다. 단순하게 사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회는 가난하다. 모든 것에 가격표를 붙이고 심지어 고결한 행동까지 갋으로 따지는 사회는 가난하다. 요컨대 돈이 없는 것만 가난이 아니다. 인간적 가치, 정신적 가치, 지적 가치가 부족한 것 역시 가난이다.」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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