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날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에겐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한 시간이었고, 나에게는 잠시 쉼표를 찍어야 할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그 어떤 변명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아주 잠시 나를 내려놓았다. 그동안 나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싶.. 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2015.02.28
마음의 선 그리고 善 경계를 긋고, 다시 경계하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가는 나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이미 스스로 정해두고 그 이상의 것을 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다 산을 오를 때에도 강을 건널 때에도 계단을 오르고 다리를 건너는 순간까지도 지켜야 할 것이 많음을 느끼고 또 발견한다 흔들리는 삶에 필요.. 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2014.06.11
꾸뻬 씨, 사랑의 세계를 넘나들며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을 읽었다. 이 책에 대한 감상문을 적으려고 하다가 도무지 무슨 글을 써야 될 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느낌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그는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 꾸뻬 씨에게 '사랑'이 무엇으로 완성되며, 다시 어.. 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2014.01.26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역사의 극적인 순간은 항상 공허한 자리에서 한 획을 긋고, 한 점을 찍었다. 그 소리 들어주는 이 그 마음 달래주는 이 어느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자리에서 역사는 맨몸으로 투쟁하여 살아남았다.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극적인 순간을 기록.. 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2013.12.27
인간의 모든 것 인간이 걷는 길은 짧고 길거나 높고 낮음이 전부나 그 길 위에 존재하는 인간의 시간은 길고 짧음 그리고 높고 낮음이 없으니 그 누구를 시기하거나 음모하지 말 것이다. 우리는 다른 것이 하나 없고 또 같은 것도 하나 없으니 인간의 위치에 높고 낮음이란 존재할 수 없다. 육신이 태어난.. 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2013.12.24
너에게 들려주는 나의 목소리 때를 넘긴 밥을 겨우 먹고 정신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때 딸 아이가 나에게 쏜살같이 달려와서 나의 두 다리를 꽉 껴안아 매달린다. 같이 놀자는, 책 읽어달라는, 자기를 봐달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얼른 고무장갑을 벗어 던지고, 딸을 번쩍 안았다. 그러자, 기분이 무.. 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2013.12.05
문장에 대한 생산력 문장이 중간에 끊기지 않게 하려면 문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글을 쓴다고 하여 그것이 곧 글쓰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없듯이 글을 쓴다는 것, 이는 쓰고자 하는 내용의 원천부터 살려내야 하는 법. 끊임없이 글을 써내는 사람이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습득하고 수집한 문장의 씨.. 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2013.04.29
지나가는 방랑자 방랑자에게 하늘은 공허한 쉼터 구름을 벗 삼아 바람처럼 지나가는 방랑자의 모습, 고독의 신사가 되어 나에게 날아드는가. 지상의 선을 뛰어넘어 신선이 되고 싶은 나그네 애써 묻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 수 있음은 이 몸이 지금 날아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청명하여 더욱 눈길.. 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2013.04.12
하늘이 잠드는 시간 그곳은 마치 바다에 잠긴 마을과 같은 곳이다. 모든 생명이 부드러운 지느러미를 지녔으며, 유연한 몸짓으로 살아간다. 어느 곳이 하늘과 땅인지,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것. 물과 물 사이를 걷거나 기어 다니면서, 주어진 목숨을 위해 부지런히 살아간다. 내가 사는 이 마을은 산과.. 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2013.04.10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 본래 인간이 두 발로 걷게 된 것은 제 의지대로 시작된 것이었다. 인간이 이동과 의사의 활발한 순환과 소통을 위해서 도구적 가치를 지닌 수단과 방법 그리고 물건을 만들기 전에는 거의 모든 인간이 생각하고 걷기를 몸소 실천하면서 살아왔다. 그들은 가깝거나 먼 곳으로 이동하기 위.. 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2013.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