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하나의 형상을 만들고 다시 망상으로 이어진다
삶에 대한 근심이 많아지면 으레 그러하듯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기 일쑤다. 스스로 이유와 원인을 찾으려 애쓰다가 채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왜곡된 사고에 갇혀서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누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이미 자기 안에 갇혀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살다 보면 운수 좋은 날도 있고, 오물을 잔뜩 뒤집어쓰게 되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것은 세상이 나를 미워해서 일어난 일도 아니며, 스스로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이유를 묻고 자신의 정당함을 밝혀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한 마디로 마음이 불안정해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느낌이 든다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것은 정당한가. 내가 생각하기로 눈에 보인다고 다 보고 있노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니, 실체가 뚜렷한 것이라도 애써 마음을 주지 않으면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인간을 더러 '갈망하다 사라지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현실에 놓인 처지임에도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미물처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진정으로 한 걸음 물러나 나에 대한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텅 빈 상태에서 세상을 마주한 것이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삶에 대한 회의감으로 희망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악착같이 살아가는, 살아내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그마저 하나의 굴레에 갇힌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산다는 것에 대한 느낌을 발견, 이 또한 명상의 시작이니
그래서 매일 글을 읽고 쓰면서 마음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한다. 글을 쓰다 보면 나의 마음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수많은 유혹이 도사리는 하루를 보내면서 '내가 극복했다.' 또는 '나를 넘어섰다.'와 같은 자만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 이번에 읽은 정목 스님의 책, 가볍고 단순하게 정돈된 문장으로 가득하다. 책을 읽은 후에 대단한 발견을 했다기보다는 우리가 너무 '옳고 그른 것'에 집착하느라,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정목 스님이 알려준 '햇살 명상'을 꾸준히 실천해보았다.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했으며, 나아가 이렇게 생각해보았다. '모두 비워내자. 애써 알려고 하지 말 것이며, 가볍고 편안하게 나를 내버려두자.' 딱딱했던 몸과 마음이 서서히 풀어지는 느낌의 발견 즉, 산다는 것에 대한 느낌을 찾아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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