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포기하는 용기> : 포기하는 자의 아름다움이란

글쓰는서령 2013. 9. 30. 13:45

 


포기하는 용기

저자
이승욱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3-09-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나는 왜 불안한가 나는 왜 항상 타인에게 괜찮은 사람이어야 하는...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포기하는 자의 영광스러움을 만끽하며

언제나 글의 시작에 대한 의문투성이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느낌으로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지만, 글쓰기에 있어 감정을 숨기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의 나는 일명 '포기 강박증'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무엇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불타는 청춘이었던 것이다. 손에 잡히는 것은 죄다 완벽한 완성품으로 만들어내야만 했다. 그 누구도 나를 협박하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스스로 되뇌었다. '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세월마저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었던 날을 생각하며

살아온 날이 두꺼워질수록 나의 얼굴살도 두꺼워지나 보다. 총알이 날아와도 두 눈 부릅 뜨고 마주할 수 있을 용기가 생긴 것이다. 아니, 총알을 맨손으로 잡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나를 옭아매던 잡동사니를 과감히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쟁취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많은 독을 품고 있는지. 손에서 떠나보낼 수 없는 물건이 많은 사람일수록, 삶이 고달프고 아련해지는 법이다. 그가 추억이자 명예라고 생각했던 물건이야말로 자신을 구속하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감하게 가방을 열어라. 그리고 시원하게 쏟아부어라

가진 것 없다고 절망할 용기가 있다면, 차라리 가진 것 없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생각해보련다. 어차피 내 손을 떠날 사람, 물건에 애달픈 미련을 풍기지 말자고. 그들이 없어도 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며, 도리어 그들을 발판으로 삼아 건설적인 삶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혹, 당신을 힘들게 하지 않는가?" 어떤 욕심으로 나의 본모습을 감추려고 하진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이상적인 삶을 위한 크고 작은 결정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나에게, '포기한다는 것이 지닌 힘'의 발견은 실로 큰 수확이었다. 《포기하는 용기》는 그리 많은 것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진정 포기해야 할 것은 바로……

 

「제가 말하는 '포기'는 우리 삶의 초라함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함입니다. 그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모두 초라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초라한 인간을 연민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 초라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상을 망치고 주변 사람을 괴롭게 하는 사람들은 모두 과도하게 팽창된 자아를 가지려는 욕망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려는 욕망을 포기합시다. 당신은 어떠신가요?」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