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의 심리학
「그들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외출을 할 때도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은 집에 남겨둔다. 이는 마치 여권을 위조하지만, 위조 사실이 드러날까 봐 계속 두려워하며 생활하는 사람과 같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자신의 신체가 원하는 대로 따라가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 비밀로 지키고 싶은데 자신의 신체가 속이기를 거부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기 시작할 때, 그들은 불안해진다.」- 본문 중에서
수줍음은 고질적이고 비정상적인 질병인가. 낯가림이 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 매사에 의욕이 없고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 과대망상증이나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사람, 또는 무대 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는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그것을 토대로 자기 자신을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억압하는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수줍음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윤활유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속마음은 물론이거니와 감정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줘서는 안될 지경이 되었다.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웃어야 될 시점에는 어김없이 웃기 싫어도 웃어줘야 하는 대처능력을 키워야만 한다. 사회 분위기에 따라 성격을 개선시켜야 하며, 하다못해 얼굴성형도 대범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씁쓸한 현실인가?
<수줍음의 심리학>은 수줍음은 결함이 아닌 자기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매우 인간적인 감정이다. 그러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을 두고 심한 열등감에 시달린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무언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은 수줍음의 기원과 다양한 얼굴에서 수줍음을 읽어낸다. 애써 감추려고 해도 가장 은밀한 부끄러움은 완벽하게 가릴 수 없다고 말한다. 의외로 수줍은 사람, 언제나 '예스'인 사람, 회피하는 사람 또는 공포증과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낱낱이 공개하고 지적한다.
「회피자들은 가정과 친근한 주위환경의 보호 없이 스스로 표류한다. 이들은 수줍음이 자기 존재의 여러 측면에 스며들어가 행동의 자유와 감정의 자유를 속박하는 수준까지 다다른다. 즉 회피자들은 일종의 새장에 갇혀 있다. 좋지 못한 사태의 책임이 새장에 있다고 비난하지만 정작 무의식적으로 그 새장을 지은 사람이 자신이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본문 중에서
수줍음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예는 얼굴을 붉히는 것, 손에 땀이 많이 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이 증상이 병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면 회피성 인격 장애, 즉 자신을 부적절한 존재라고 느끼게 되는 부정적인 인식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누구나 수줍음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거나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일정 기간 복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단 약물요법은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과다복용하면 중독성이 강해져 반동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당부한다.
한편으로는 수줍음을 극복하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수줍음을 인위적으로 가리는 선에서 그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말하기를, "수줍음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해서 애써 무시해온 자신의 기준, 정확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우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용기가 바로 '자존심'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강요되는 관습에도 불구하고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존중'이다."라고 말한다. 매사에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 소심한 성격 때문에 사회생활이 힘든 사람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원리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그를 토대로 실행에 옮길 사람은 바로 이 책을 읽을 사람의 몫이다. 수줍음에 숨겨진 심리학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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