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개미가 혼인비행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순간을 어떻게 알아내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개미들은 어느 순간, 무슨 신호라도 받은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일개미들은 개미집을 나와 주변을 정찰한다. 개미학자들은 개미의 움직임을 보면 이제 곧 혼인비행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는 어느 순간, 수개미가 날아오르고 20여 분 후 암개미가 그 뒤를 이어 날아오른다. 그리고 완벽하게 조화로운 움직임을 보인다. 여러 군락이 서식하는 초원에서는 혼인비행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본문 중에서
방바닥에 과자부스러기가 떨어진 것도 모른 채 외출을 했다가 누군가에게 된통 당한 적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방불을 켜는 순간 엄청난 행렬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 작은 과자부스러기를 향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길게 늘어선 개미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본 것이다. 어림짐작으로 보아도 그 수는 70마리는 족히 넘을 듯해서 멍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개미의 움직임은 민첩하고 나름대로 규칙이 있었다. 질서를 어기고 새치기를 하거나 갑자기 대열을 벗어나는 무모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녀석들은 어디서 나타났을까? 나는 문득 개미의 후각기능이 궁금해졌다. 분명히 냄새를 먼저 감지하고 신속하게 그 사실을 알리는 주동자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지런히 줄을 맞춰서 찾아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 개미들은 더 빨리 움직이고 동료들을 한꺼번에 많이 불러 모으기 위해 페로몬을 이용한다. 정찰병들은 집에서 나와 길을 떠날 때도 화학 물질을 분비하지만, 식량을 찾아내어 집으로 돌아올 때 훨씬 더 많은 양의 페로몬을 분비한다. 이는 다른 군락의 일개미들이 자신이 남겨놓은 자취를 따라가 먹이를 가로채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 정찰병들은 길에 페로몬을 분비하며 운송병들에게 먹이의 양에 관한 정보만 주는 것이 아니라 먹이의 질에 관한 정보도 제공한다. 초원에 사는 평범한 개미들은 여러 다른 분비샘을 이용해 땅 위에 두 가지 화학 물질을 남겨둔다. 이들은 모스부호에 버금가는 단순한 신호로 순수한 물인지 당분이 있는 물인지, 살아 있는 먹이인지 죽은 먹이인지를 동료에게 알려준다.」- 본문 중에서
구약성서 잠언에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는 말이 있다. 개미의 근면성실함은 일찍이 '개미와 베짱이'라는 우화를 통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간혹, 한량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베짱이를 두고 삶을 즐길 줄 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평생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을 해서 일용할 양식을 구하면 뭣하나, 조금 덜 먹더라도 베짱이처럼 위풍당당하게 즐기면서 살고 싶은 사람에게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개미라는 곤충, 더 나아가 개미의 세계가 얼마나 정밀하고 탄탄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개미>는 지구의 작은 지배자, 인간 사회의 축소판인 개미의 세계를 보여준다.
「개미는 매우 흥미로운 곤충이다. 하지만 개미 세계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개미는 생명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모델로 이용될 수 있다. 다양한 동물들의 사회조직을 연구하고, 진화를 거치면서 어떻게 사회성을 갖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노화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행동에 관한 유전자 데이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본문 중에서
개미는 군대개미, 베짜기개미, 나침반개미, 꿀단지개미, 기생개미, 노예잡이개미, 보모개미, 운송개미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각자의 역할에 따른 책임감과 자부심도 대단하게 보여진다. 그 중에서도 단연 여왕개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혼인비행을 마친 여왕개미는 날개를 뜯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개미사회에서 주도권을 잡은 여왕개미는 자신만의 군락을 형성하고 세력을 넓혀나가고 또다시 그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개미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알과 애벌레, 번데기를 돌보는 일개미부터 먹이를 찾아서 운반하는 운송개미, 개미집을 짓는 건축개미가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개미사회가 완성된다. 이 책을 읽고 개미의 종류와 역할은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도 개미처럼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어보지 못했다. 이 책을 계기로 한번 읽어볼 참이다. 개미 한 마리만 두고 말하자면 보잘 것 없을지라도 그 존재의 이유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뜻밖의 사실을 발견하는 기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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