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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삼촌의 꽃따라기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손에 쥐어지는 게 없어도 머리에 남겨질 것만을 바라며 이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뭔가에 빠지면 끝장을 보는 성격 탓에 취미가 직업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 꽃을 찾아 10만 km 가까이 다닌 한 해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설악산에서 길을 잃고 12시간을 헤맸던 악몽 같은 기억.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갔다가 사탕 한 봉지로 산을 두 개나 넘기도 했습니다.」- 본문 중에서
아직은 가벼운 나의 인생 주머니… 하루에 조금씩 채워나가는 그 주머니 속에는 꿈과 열정 그리고 사랑이 있다. 그 세 가지를 이루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 모른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하는 모든 것들… 언젠가는 스스로 이룩한 모든 것을 그 무엇을 통해서라도 이 세상에 보여줄 날이 올 것이다. 주머니가 무거워지면 잠시 쉬어야만 하는 순간도 찾아오리라. 그래도 힘에 겨우면 주머니를 비워내야만 하겠지… 나는 열정을 쏟아부은 책이 좋다. 물론 모든 책이 쉽게 완성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개성과 가치관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책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혁이 삼촌의 꽃따라기>는 봄·여름·가을·겨울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을 소개한다. 산과 들에 피고 지는 수많은 꽃… 우리는 이름 없는 꽃 한송이를 바라보며 자유와 사랑을 갈구하기도 한다. 때로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의 춤사위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빗대어 보기도 하면서… 문득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보잘것없는 잡풀 같더라도 찾아가야 하는 게 있다. 흔하지 않은 것이라면 더욱 그런데 그 중 하나가 뱀무이다. 여러 자료나 수목원 또는 식물원 같은 곳에서 뱀무라고 되어 있는 것은 대개가 큰뱀무인 경우가 많다. 서로 비슷하게 생겼는데 뱀무면 어떻고 큰뱀무면 어떠냐하는 사람들한테는 그게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백두산에서 돌아오자마자 남부지방으로 향했다. 이날이 아니면 개화기를 놓칠 것 같아 백두산 탐사의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찾아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꽃을 향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향한 신념을 굳히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보여진다. 사실 꽃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거나 궁금하면 도감을 읽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꽃을 찾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점이 중심을 이룬다. 꽃은 피어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꽃을 곁에 두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상상을 초월한다. 꽃을 꺾거나 캐서 화분에 담아놓거나 다발로 묶어서 선물을 하기도 한다. 그 언젠가 네덜란드에서 '튤립 공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순수했던 아름다움을 치명적인 욕망의 색으로 칠해버린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KBS 스페셜 제작팀이 엮은 <꽃의 비밀>을 읽어보았다. 꽃의 비밀을 알았으니 이제는 꽃은 도대체 무엇이며, 그 종류는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혁이 삼촌의 꽃따라기>를 읽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엊그제 미니오이, 미모사, 해바라기, 클로버 씨앗과 화분을 구입했다. 식물을 키우면서 정서적인 안정을 되찾고 싶다. 저물어가는 한 해를 바라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꽃을 통한 치유…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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