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찾아 떠난 여행
「나비 채집가들은 좋은 채집지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에 따라 채집의 성과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채집가들은 귀한 나비의 채집지를 알아냈을 때 자기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에게만 알려 주며, 비밀을 지키라고 당부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테 들어 알게 된 채집지는 가까운 사람이라도 얘기해 주기가 곤란하다. 이런 일로 인해서 나비를 채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묘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나비를 채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훨훨 날아다니는 그 고운 자태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감성은 봄의 향연을 만끽하곤 했다. 섬세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나비의 날개… 마치 지상에 꽃가루를 뿌리는 천사가 아닐까. 아주 살포시 꽃에 내려앉아서 향기에 빠져드는 나비의 옆모습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아프로디테를 연상시킨다. 2010년도에 함평나비축제를 가게 되었다. 그 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군민소득 증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함평천 정화사업에 따라 마련된 고수부지 33ha에 만개한 유채꽃을 배경으로 친환경적인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나비를 테마로 삼으면서 시작된 것이었다. 축제장을 가면 온통 나비로 가득하다. 나비가로등, 나비정류장, 애벌레와 번데기 모형의 다양한 장식품 그 뿐만 아니라 나비생태관 나비·곤총 표본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곤충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나는 나비축제장에서 처음으로 나비가 지닌 화려한 문양과 색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비 귀걸이, 나비 목걸이, 나비문양의 티셔츠… 그냥 나비는 단아함의 상징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나비들이 계곡이나 산길을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반복하여 나는 길을 '나비길(접도蝶道)'이라고 한다. 이것은 기류에 의해 영향받으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으로 생각되지만, 왜 유독 제비나비무리의 수컷만 나비길을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듯 나비의 행동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 본문 중에서
<나비 찾아 떠난 여행>은 나비채집가의 관찰기록장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저자는 같은 종의 나비가 지역에 따라 어떤 변이를 보이는지를 국내 최초로 밝힌 『원색한국나비도감』(교학사, 2002, 문화부 우수학술도서 선정)을 출간하였으며, 과천국립과학관과 파주나비나라에 소장 표본을 기증하여 한국나비표본관을 설치하고 제주도 프세케월드에 제주도에 분포하는 나비 전종(73종)의 표본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나비를 채집하게 된 계기,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나비에 대한 소개, 나비를 채집하거나 기르는 법 또는 표본 만드는 법을 중심으로 씌여져 있다. 저자의 나비를 향한 열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나비 표본을 만들어 본 것을 계기로 40년이 넘도록 나비와의 첫만남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나비를 내 삶에 맞아들인 지 어언 40년이 다 되어간다. 애환이 깃든 세월이었지만 행복한 날들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 모든 공적인 일에서 물러나면 나비를 키우며 한가롭게 지내고 싶다. 애벌레를 많이 키워 나와 인연을 맺은 곳과, 애벌레를 키워 보고 싶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보내 주는 기쁨으로 살고 싶다. 또 생태 사진을 곁들인 나비 책을 한 권 더 내고 싶다.」- 본문 중에서
나비의 선명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보면서 마음의 휴식을 가져본다.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천연의 빛깔… 번데기 속에서 화려한 비상을 위해서 열심히 자신을 다스리는 나비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이 세상에 태어나 성숙한 인간이 되어 자신의 존재에 담긴 진짜 이유를 알아내기까지… 그 험난한 여정은 이따금 나비에 빗대어진다. 한 마리의 나비가 되기 위해서 버텨야 하는 시간… 나비는 희망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나비 찾아 떠난 여행>은 저자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기록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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