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글쓰는서령 2011. 8. 11. 09:18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세계문학전집 13)

저자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출판사
출판사 | 1998-09-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 개인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지배권력의 허상을 적 나라하게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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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에선, 상관이 감독을 하지 않아도 반원들끼리 채근을 하며 작업을 하도록 만들어놓은 것이 반이다. 반 전원이 상여 급식을 타먹게 되느냐, 아니면 배를 주리게 되느냐 하는 문제가 걸린 것이다. 이것이 수용소의 반이라는 제도다. 어, 이놈이 게으름을 피우네, 네놈 때문에 반원들이 모두 배를 곯는다는 것을 몰라? 한눈 팔지 말고 빨리 일 못해! 하고 서로를 감시하는 것이 바로 그 반이라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아침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주인공의 목소리. 그것은 수용소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고요한 정적을 단숨에 깨버리는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죄수들은 저마다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다. 변기통을 비워내고 서열에 따른 권력자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지켜본다. 그곳은 밀림이었다. 거칠고 잔혹한 맹수가 득실거리는 밀림, 그저 뱃가죽이 축 늘어지지 않을 정도만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그저 한 마리의 개가 되어 게걸스럽게 밥그릇을 핣아라도 먹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는 밀림이었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인간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준다. 인간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이란, 당사자의 가치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도 있지만, 행복과 불행 자체를 논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환경이 있다면 아마도 '수용소'가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서 한곳에 가두거나 모아 넣는 수용소. 이 책의 저자는 인생 대부분을 전쟁터와 수용소에서 보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의 경험담이 진솔하게 녹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가 수용소에 잡혀온 것은 전쟁 당시 독일군의 포로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아무 '이유' 없이 막무가내로 갇혀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반 데니소비치는 감옥과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내일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년에 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계획을 세운다든가, 가족의 생계를 걱정한다든가 하는 버릇이 아주 없어지고 말았다. 그를 위해서 모든 문제를 간수들이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이런 것이 훨씬 마음 편했다. 아직도 형기를 마치려면 거울을 두 번, 여름을 두 번, 그러니까 이 년은 더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벽걸이 문제가 그를 여간 초조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본문 중에서

 

 

 

 

무기력한 인간, 사는 이유를 잃어버린 인간, 과거와 미래를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것, 어떻게 하면 순간의 기적-그것은 주린 배를 채울 딱딱한 빵 조각-을 이룰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수용소의 하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있는가? 다소 선정적인 언어와 폭력이 일상을 침범하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노라, 이것은 고발성을 지닌 문학인가? 수용소의 지배세력이 감추어 둔 죄수들의 공간은 특별할 것도 없다. 노동의 대가, 그것은 도리어 인간이기를 포기하게끔 유도하는 지배세력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대상이 되는 것밖에 더 있으랴.

 

몸으로 죗값을 치르는 수용소, 정녕 인간을 사육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약육강식'의 법칙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법칙인지는 몰라도, 수용소의 약육강식이라…… 이건 너무 강자의 일방적인 횡포 아닌가?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할 당시의 '시대적 배경'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안에서 보고 느꼈을 생생한 입체적 상황과 인물 간의 관계도 영향을 주었을 터라, 간수와 죄수의 관계, 그 둘을 조종하는 우두머리의 권력을 현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에 적용하여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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