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인생 수업> : 아직 인생을 논하기에 이른 시간이잖아

글쓰는서령 2014. 9. 17. 23:33

 


인생수업

저자
법륜 지음
출판사
| 2013-10-09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다!남은 인생을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살고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잖아

누가 누구와 비교할 것이며, 그 누가 더 잘나고 못났다고 말할 수 있으랴. 난 아직 살아온 세월이 그리 길지 않기에 인생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논할 처지는 아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이 전부다. 그리고 장차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하여 또는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바람이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종종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의 인생은 소가 외줄을 타는 것과 같다." 말인즉, 인생은 마치 牛(소)가 一(외줄)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삶은 수많은 고비를 넘나들며, 때로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그러나 쉽게 떨어지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아슬아슬하게 한 고비를 넘고 다시 또 한고비를 넘어간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나 역시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하여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의 태양은 그저 '하나의 태양'일 뿐이야

사람은 기대한 만큼 실망하고, 비교한 만큼 불행해진다. 법륜스님의 <인생수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물은 그저 흘러갈 뿐이고, 나도 그저 이렇게 살아갈 뿐이다.' 모든 것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존재하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는 것이었다. 이유를 묻지 말고,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고 하지 말 것이며,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다. 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 우리는 저마다 삶과 목숨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각자의 길을 걸어가면서 삶과 목숨이 특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와 같은 의문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에 법륜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왜 살아야 합니까?" 젊을 때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묻는 시기가 있습니다. 사십대, 오십대, 혹은 갱년기에 접어들어 '사는 게 뭔가, 대체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들면서 다시 묻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삶이 '왜'라는 생각보다 먼저이기 때문이에요. 즉 존재가 사유보다 먼저 있었기 때문이지요. 살고 있으니 생각도 하는 건데, '왜 사는지'를 자꾸 물으니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p.15

 

문득 돌아보니, 어제 그 곳 우리의 추억이 새겨졌구나

그때 당시에는 도통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문제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것도 아닌 일에 신경 썼구나.' 싶을 때가 많다.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들이닥친 일에 눈이 멀어 온몸이 꽁꽁 마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조금만 느리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아주 작은 여유'쯤은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더러 일분 일초가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뒤처질 수 없었고 더욱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우리는 다함께 앞서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저기 초록색 신호등이 깜빡거리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횡단보도를 건넜고, 나는 이제 막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횡단보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빨간색 신호등이 켜졌다.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건너야만 했을까. 아니, 다시 초록색 신호등이 켜지기를 기다려야 했을까.

 

사람아,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 아름다운 거란다.

나는 기다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나보다 먼저 건너간 사람이 빨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각자의 시간을 따라 걸어갔을 뿐이다. <인생수업>은 우리에게 '왜 사는지'가 아닌 "그저 잘 살아라."고 말한다. 그저 '그런가보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랬구나', '그렇구나'와 같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이로써 나는 가만히 다짐해본다. 소가 외줄을 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그 육중한 몸으로 외줄을 건너는 매 순간마다 '위태로운 권태감' 혹은 '즐거운 긴장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즐겨야 겠다는 생각이다. 애써 인연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도, 아이의 삶이 더욱 빛이 나기를 간절히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흐르는 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도록 가만히 내려놓기로 했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