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을 만나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이 길의 끝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처럼 이렇게 걷는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누군가 말했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를 건너야만 했다. 이미 물속에 들어가서 헤엄을 쳐서 건너가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배를 타고, 어떤 이는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갔다. 저마다 자신의 방식대로 바다를 건너고 있었는데, 나는 물속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워 망설이고 있었다." 인생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당신에게는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나에게는 목숨을 건 마지막 도전이다. 당신은 쉽게 웃을 수 있어도 나는 돌을 씹어 먹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헤엄을 치고 배와 비행기를 타고 나아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나는 당당히 두 발을 물속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물은 생각보다 깊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사는 모습도 그러하다. 멋진 생각만으로 멋진 삶을 만들 수 없는 것인데, 우리는 '생각하는 행위'에 집착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여 나를 완성하리라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보다 능력 있는 배우자를 원하면서도, 막상 자신이 '하수'가 되면 곤두박질치는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사랑 아닌 '싸움'을 시작한다. 세상사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음이 정상인데, 우리는 비정상적인 현상에 익숙해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 삶이 매 순간 전쟁을 치르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필히, 어느 누군가가 나처럼 살았을 법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수없이 많은 질문을 쏟아내고 있을 뿐, 답을 찾기 위한 시도는 하지 않는다. 이번에 읽은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은 나 자신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말이다. 나보다 먼저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살다 보면 불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거야. 그런 일들이 생기면 우울하고 부루퉁한 모습으로 신세한탄만 할 것인지 아니면 용감한 얼굴로 삶과 잘 지낼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때론 남은 삶을 생각하기에 앞서 자기연민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많아. 가급적 그 문제를 빨리 조율할수록 삶이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되지."」p.277
저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유유히 흐르는 물속에 삶의 진리가 있으니
저자는 그들을 더러 '인생의 현자'라 불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유명인사도 아니요, 그저 평범하게 살다간 사람들이다. 저자는 5년에 걸쳐 1000명이 넘는 70세 이상의 각계각층 사람들을 대상으로 통찰력 있는 질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여 이 책을 엮어냈다. 인생의 현자들은 우리에게 그리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법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저 삶이 흔들리면 같이 흔들리고, 삶이 잠시 멈추면 덩달아 모든 것을 멈추라고 말했다. 끝없이 쏟아져내리는 물은 주워담지 못할 뿐더러, 우리의 온몸이 흠뻑 젖어버리는 것으로 족해야 한다. 인생의 현자들은 우리에게 '적당한 겸손'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타인의 지식을 존중하고 자신으로부터 한걸음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끝에 다다르니, 내가 나를 존중한다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더불어 사는 모습 속에 '삶'이 피어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그들은 말했다.
「"내가 살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앞으로 일어날 일은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거야. 그리고 이미 일어난 일 역시 바꿀 수 없지. 나는 진정으로 삶과 타협할 줄 알게 되었고 걱정으로부터 벗어나 후련하게 살고 있다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면 걱정 역시 그 상황을 바꾸지 못하지."」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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