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넘긴 밥을 겨우 먹고
정신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때 딸 아이가 나에게 쏜살같이 달려와서
나의 두 다리를 꽉 껴안아 매달린다.
같이 놀자는, 책 읽어달라는, 자기를 봐달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얼른 고무장갑을 벗어 던지고, 딸을 번쩍 안았다.
그러자,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던 모양이다.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는다.
우리는 나란히 손을 잡고 걸었다.
그리고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딸에게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그녀의 일상 中, 書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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