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내 영혼을 위로하는 밥상 이야기> : 건강과 행복을 고루 나누었던 밥상 위에서

글쓰는서령 2013. 10. 24. 15:05

 


밥상 이야기

저자
김현 지음
출판사
오션북스 | 2013-10-0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어머니가 차려준 따뜻한 집밥이 그리운 당신이라면, 고단한 삶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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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공기에 사랑과 정성을 듬뿍 담아서 '당신에게 선물합니다.'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 위에는 언제나 오색 빛이 싱싱하게 살아있었다. 아삭거리는 오이와 당근 그리고 파프리카, 씹을수록 오랜 정성과 단맛이 베어 나오는 고사리 나물 무침, 고소한 맛과 향이 타오르는 따뜻한 시래깃국 한 그릇, 거칠어서 천천히 삼켜야만 했던 보슬보슬한 현미밥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손길과 눈길로 정성껏 차려진 밥과 반찬이 생각난다. 한겨울 희뿌연 연기가 부엌을 가득 채웠을 때에 뜨거운 거품 폭폭 터트리면서 끓어오르던 시래깃국이 먹고 싶어지는 계절이 찾아왔다. "속이 든든해야 한다."라고 늘 말씀하셨던 어머니. 이제는 내가 그 말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 "속이 든든해야 된다니까. 아침밥은 꼭 먹어야지."

 

집밥이 그리운 당신에게 이 책을 선물합니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밥상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지금껏 자신이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가족과 함께했던 밥상의 추억이 그리워졌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먹었던 육개장이 생각났으며, 언젠가 아버지의 고봉밥이 보고 싶다가도 다시 고향의 추억을 간직한 방앗잎 냄새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맛과 향 그리고 형태의 아름다운 조화가 머문 어머니의 밥상이 그리워졌다는 것은 유년기에 겪었던 성장통이 다시 찾아왔음은 아닐까 싶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몸과 마음에 보탬이 되도록 푸짐한 밥상을 준비하셨던 어머니의 마음, 그것은 그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야금거리어 삼켜야만 했던 가족의 약속이었다. 

 

「가족은 대게 부부를 중심으로 그로부터 생긴 자식들을 포함한 구성 집단을 일컫는 말인데 다소 형식적인 단어다. 반면 식구는 같은 집에서 살며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을 말하고 정서적인 느낌이 베어있는 단어다. 아마도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그 밥상을 통해 사람들 간에 긴밀한 관계 맺음을 의미하리라.」p.28

 

밥상에 모인 가족의 모습은 서로 정답게 지저귀는 참새들과 같다

자식의 밥그릇에 밥 한 숟갈 덜어주면서 말없이 사랑을 표현했던 무뚝뚝한 아버지가 생각난다. 너무나도 맛있게 통닭을 먹는 동생을 향해 "언니는 배부르다. 이거 너 먹어."라고 말했던 그 마음에 새삼스럽게 웃음이 나온다. 그러면 동생은 나를 한 번 쳐다보다가 "정말? 그럼 나 먹는다."라면서 활짝 웃었다. 난생 처음 라면을 끓여서 먹었던 날, 나와 동생은 우동면발처럼 불어버린 라면을 먹으면서 "역시 라면은 국물이 최고다."라고 멋쩍게 웃기도 했다. 밥상 위에 진뜩히 말라붙은 밥알을 손톱으로 떼면서 툴툴거렸던 때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의 추억은 같이 밥을 먹으면서 하나둘씩 생겨났지 싶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정을 돈독히 쌓았던 시절이야말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어주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오늘따라 어머니의 시래깃국이 먹고 싶어진다. 이참에 안부전화를 드리면서 시래깃국 이야기에 퐁당 빠져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