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좁은문>

글쓰는서령 2011. 9. 11. 22:07

 


좁은문

저자
앙드레 지드 지음
출판사
도로시 | 2003-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으로 순결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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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은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 목사님은 인용구의 첫부분을 다시 되풀이하셨고 나는 힘써 들어가야 할 좁은문을 보았다. 내가 잠겨 있던 꿈속에서 나는 그 문을 마치 무슨 급속압연기처럼 상상했으며, 몹시 고통스러운 것이기는 했으나 하늘 나라의 행복한 맛이 미리 섞여 있을 듯한 괴로움을 맛보며 나는 힘써 그 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순간 그 문은 알리사의 방문이 되었다. 나는 그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스스로를 억제하며, 내 안에 있는 이기적인 모든 것을 비워냈다.」- 본문 중에서

 

작가 앙드레 지드의 자화상이 되어버린 <좁은문>의 주인공 제롬, 그는 심신이 허약하고 지나치게 감성적인 소년이었다. 제롬은 두 살 위인 알리사와 한 살 아래인 줄리에트, 그리고 어린 로베르가 있는 친척집을 자주 드나들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제롬과 알리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제롬은 사촌 누이인 알리사를 향한 묘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결코 순조롭게 피어나지 못한다. 오직 알리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던 제롬, 알리사… 그 눈부신 존재가 곁에 있어준다면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찾아와도 이겨낼 수 있노라며 다짐했던 제롬이었다. 그에 반해 알리사는 제롬을 향한 자신의 애정은 깊고 지고지순하나, '하나님을 위해 내가 희생한다'는 일념으로 금욕적인 삶을 강조했던 청교도적인 태도를 취해버린다.

 

 

 

 

「아아! 오로지 나 혼자만의 힘씀으로 그녀를 올려놓았던 그 드높은 곳에서 그녀와 함께 되기 위하여 힘썼던 그 덕행에 대한 노력도 얼마나 어리석고 꿈같은 일로 되어 버렸는가. 약간만 긍지가 덜했더라도 우리의 사랑은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상이 없는 사랑에의 집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고집일 뿐이며, 그렇게 한다고 해서 더 이상 충실한 태도가 되는 것도 아니다. 굳이 충실이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무엇에 대한 충실이란 말인가? 오직 과오에 대한 충실일 따름이다.」- 본문 중에서

 

사랑의 두 얼굴, 금지된 존재를 향한 조심스러운 접근… 그러나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고결한 자태에 절로 무릎을 꿇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 순백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주인공 제롬의 모습은 이 시대의 젊은 청년에게 묻는다. 1909년에 완성된 <좁은문>은 현대문학이라기 보다는 근대문학으로서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작가 앙드레 지드의 삶을 <좁은문>과 함께 살펴보자. 그는 스물두 살때 사촌 누이 마들렌느를 사랑하게 된다. 마들렌느를 향한 감정을 소재로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던 앙드레 지드, 그의 숭고한 사랑에 마음을 닫을 수 없었던 마들렌느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불륜으로 가정의 행복을 산산조각 내어버린 현실 앞에서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마들렌드에게 매달린 앙드레 지드였으며, 두 사람은 가정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동성애적 성향이 있었던 앙드레 지드로 인하여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으나, 마들렌느는 끝까지 그를 사랑의 힘으로 지켜준다. 이처럼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써내려간 소설 <좁은문>을 읽으면서 앙드레 지드의 안타까운 사랑에 대한 연민을 느꼈고, 사랑하는 알리사의 죽음… 그녀가 그토록 숭배하던 하느님에게로 떠나는 날이 바로 두 사람의 고결한 사랑을 맺어주는 순간이 아니었을까싶다. 청렴한 종교인으로서의 의무이자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몸소 보여준 알리사, 그리고 그에 대립되는 가치관과 사상을 보여준 제롬의 모습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알리사는 그 누구도 가려고 하지 않았던 좁은문으로 들어갔다. 자신을 지키고 싶었던 알리사, 그것이 제롬을 위한 사랑이라고 믿었는지도… 시간이 조금 흐르면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지금과는 다른 느낌으로 해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