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들이 펼치는 우리 사회 차별 뒤집기 한판!
'출산휴가라… 그냥 집에서 애들이나 잘 키우지, 뭐하러 다시 복직해?', '자네로구먼, 아버지 사업은 잘되시고? 안부 꼭 전해 드려.', '이런 멍청한 것들! 어디 대학이나 제대로 가겠어?', '저 몸으로 무슨 일을 한다는 거야? 괜히 신경 쓰이게…', '애 아빠는 누구래? 요즘 젊은 것들은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저 나이에 애기 낳고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쯧쯧…', '짬밥도 안되는 것들이 어디서 까불어? 죽을래?', '그냥 묻는 말에 대답만 잘하고 와, 어차피 내일부터 출근하면 되니까. 얘기 다 된 거나 마찬가지야. 알았어?'
우리 사회에 숨은 비리와 음모 그리고 온갖 모순덩어리들. 그 이중적인 잣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짓눌리고 피멍이 들었는지 모른다. 이건 속된 말이기도 하나,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법한 상황인데, 비슷한 서열의 학교를 졸업하고 능력도 별반 차이 없이 비슷한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두 사람은 제법 그럴싸한 회사의 채용공고를 보고 같이 입사지원서를 제출한다. 도토리 키재기와 다를 것 없는 두 사람이 최종면접까지 거치는 동안에 벌어지는 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동안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신속하고 철두철미하게 움직이는 사람을 능력 있는 자라고 치켜세운다. 상대방이 상처받고 가슴 아파하는 것은 뒷전이고, 일단 자신이 설 곳을 굳건하게 다져놓아야 한다. 고정적인 수입의 원천이 되어줄 직장에 뿌리를 깊숙이 박아놓고 윗사람 비위를 맞춰가면서 한 마리의 파리가 되어 두 손 두 발 삭삭 빌면서 붙어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인권만화책의 제목은 『사이시옷』으로 지었다. 두 낱말이 어울려 한 낱말을 이룰 때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사이시옷'. 이 책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줄 '시옷'이 되면 좋겠다. 그 '시옷'(ㅅ)이 사람(人)에 대한 진정어린 생각, 편견 없는 생각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제 '사이시옷'이란 이름에 담긴 뜻처럼 이 책이 사람들 사이를 이으면서 끊임없이 인권의 문제를 생각하게 해주길 기대하며, 나아가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이, 지금 이 책을 펼쳐든 당신이 바로 사람들간의 '사이시옷'이 되어주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본문 중에서
이 표현이 너무 신랄해서 불쾌감이 드는 사람도 있을 터인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우리의 현실인 것을…….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와 여덟 명의 만화가가 <십시일反>에 이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그 두 번째 이야기, <사이시옷>을 우리에게 다시 선보인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저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시하고 차별하는 비도덕적 행위… 이 뿌리 깊은 인식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이시옷>이 내포한 '차별'이라는 단어 자체는 하나의 추측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별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했을지, 저마다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을 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 파장이 점점 커다란 잣대를 만들었고, 본의 아니게 강자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약자를 만들어냈는지도…….
그래도 억울한 사람은 자꾸 넘쳐난다. 억울함을 느낀다는 자체가 이미 흘러간 시간을 후회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 '나도 그 사람과 똑같이 밀어붙히는 건데…', '조금만 더 참을걸, 괜한 자존심 지킨다고…', '정말 그들이 정답인가?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건가?' 아니,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게 세상 이치라는 것인데, 고놈의 약육강식의 법칙이 세력을 확장시켜감에 따라 무고한 사람, 선량한 사람의 마음을 검게 물들이는 것이다. '혼자 착한 척 하지 말고 우리처럼 하라니까!'라고 부추기는 것인지도……. 그래도 나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가장 나다운 생각과 행동으로 나를 지켜가겠노라며… <사이시옷>을 읽으면서 '참 세상 더럽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더러워도 세상, 깨끗해도 세상 모두 똑같은 세상일 뿐인데… 어쩌겠는가?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똑바로 나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수밖에. 나도 차별받고 있는지 모를 일이고, 나도 은연중에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힘을 내야지. 세상이 지닌 양면성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기회를 만들면 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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