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즈
- 저자
-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
- 출판사
- 문학동네 | 2005-05-04 출간
- 카테고리
- 어린이
- 책소개
-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감독 대니 보일의 깜직한 영화 밀리언즈를 소...
도대체 이게 다 얼마야? 하느님께서 나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신 게 틀림없다고! 우린 이제 부자야!
가톨릭 성인 중 '성 로코'를 존경하는 소년 데미안. 투철한 기독교 신자로서 맑고 깨끗한 심성을 지닌 데미안과 형 안소니. 두 소년의 평범한 삶에 엄청난 대형사건이 일어난다. 기찻길이 길게 펼쳐진 풍경이 인상적인 언덕에 비밀 아지트, 자칭 은둔처를 마련해놓고 저녁기도를 올리고 있던 데미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도를 도중에 기차가 시끄러운 경적을 울리며 달려온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커다란 덩어리가 기차에서 떨어지더니, 은둔처에 쾅 하고 부딪힌다. 거대한 두꺼비처럼 무언가가 버티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이건 신의 계시였다. 엄청 시끌벅적한 계시였다. 돈! 지폐! 돈뭉치가 가방 안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엇다. 수천, 수만 파운드의 돈, 어쩌면 몇 백만 파운드일지도 모를!」- 본문 중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를 확인한 안소니와 데미안. 이제부터 형제의 거침없는 돈 뿌리기 운동이 시작된다. 경제관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미성숙한 소년들의 모습은 내심 부럽기도 하면서 걱정이 먼저 앞서게 만든다. 그들은 말 그대로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이 철철 넘쳐나듯, 돈을 마구잡이로 쓰고 다닌다. 친구들에게 자전거를 빌리는 것을 시작으로 온갖 부탁을 하는 대가를 돈으로 처리한다. 아무리 흥청망청 써도 줄어들지 않는 돈뭉치를 보면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굉장한 하루였어. 이대로 가다간 돈이 바닥나겠는걸." 내 말에 형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쉿,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형은 택시 운전사를 향해 고개를 까닥해 보이더니 다시 속삭였다. "어제 좀 썼고 오늘은 350을 썼으니까 아직 229,000파운드나 남았어. 계속 이렇게 쓴다 해도 돈을 다 쓰는 데는 655일이 걸려."」- 본문 중에서
누군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어. 분명히 우리가 숨겨둔 돈을 찾고 있는 게 틀림없어. 이제 어떻게 하지?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안소니와 데미안은 그럴싸한 핑계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따돌리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그러나 반드시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 그 검은돈의 정체는 '파운드 구권 지폐'로, 폐기하기 위해 정부 소각장으로 가던 도중 떼강도에게 도난당했던 것. 어마어마한 돈뭉치를 실은 기차에 몰래 탑승한 강도는 기차가 속력을 줄일 때마다 현금이 꽉 찬 가방을 밖으로 던졌던 것이다. 우연하게 데미안의 은둔처로 굴러떨어졌고, 잃어버린 돈 가방을 찾기 위해 두 소년이 사는 마을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때로 돈은 파이프에서 뜨거운 땅 위로 콸콸 쏟아지는 물처럼 우리 손을 떠나간다. 그러면 메마른 대지는 그 물을 삼켜 몇 킬로미터, 몇 킬로미터씩이나 되는 땅에 식량과 꽃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땅에 죽은 듯 잠들어 있던 씨앗과 뿌리와 생명은 활짝 피어난다. 또다시 새로운 삶으로.」- 본문 중에서
<밀리언즈>를 읽으면서 인간에게 무한성을 지닌 탐욕스러움이 얼마나 삶 자체를 절망적으로 만드는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 경제관념이 올바로 정립되지 못한 아이들의 무분별한 소비 내지 낭비력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기발한 상상'으로 보여지면서 유쾌한 대리만족을 시켜주었다. 책 속의 두 소년은 '이 많은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한다. 가난한 사람을 찾아서 도와주자. 새장에 갇힌 새를 모조리 사들여서 자유롭게 풀어주자. 이참에 부동산 제태크에 도전해볼까? 형제의 기발한 상상력이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산더미처럼 쌓인 돈의 힘이 아니었을까. 돈으로 인해 행복과 불행의 기로에서 내적 갈등을 겪으면서 짜릿한 모험을 한 안소니와 데미안. 일확천금을 꿈꾸는 로또수험생의 달콤한 꿈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돈이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종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뭐 로또 당첨을 꿈꾸는 것을 무모한 도전이라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조차 못 하는 사람의 정신을 확 잡아주고 싶을 뿐이다. 자칫 소년들의 경제와 소비개념에 혼선을 줄 수도 있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었으나, 결말에 이르러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정직한 교훈(?)을 선사하고 있기에, 기회가 된다면 <밀리언즈>를 읽어보아도 괜찮을 듯하다. 인상적인 대목을 적어본다. "오, 하느님… 돈 쓰는 것도 일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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