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불량 가족 레시피>

글쓰는서령 2011. 7. 21. 22:11

 


불량 가족 레시피

저자
손현주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01-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더없이 위태로운 어느 불량 가족의 진화!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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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는 어디에 계실까. 니네 엄마도 걔네 엄마도 모두 큰일이다. 전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집구석이 제대로 돌아가야 가족들 팔자도 쫙쫙 펴지는 법이다. 전부다 저 잘난 맛에 살겠노라 떵떵거리면서 가족 간의 단합은 꿈도 꿀 수 없게끔 높다란 장벽을 쌓는다면, 그게 어디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끙끙 앓고 있는 사람더러 '어디 아프냐'고 묻지는 못할망정, '학교 가기 싫어서 생쇼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고 내 팔자야. 내가 어쩌자고 다 늙어서~'라는 노래는 어디서 배우셨는지, 하루죙일 가족들 앞에서 불러대는 할머니는 또 왜! 뒤룩뒤룩 돼지처럼 살이 쪄서 제대로 된 옷은커녕, 임부복을 입고 다니는 언니는 또 뭐하는 짓인지……. 아빠는 세 명의 여인을 통해서 오빠, 언니, 여울을 세상에 내놓았다. <불량 가족 레시피>의 화자인 여울이는 썩어빠진 집구석을 보면 속이 터져서 죽을 것만 같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수행평가 과제로 '가족'을 중심으로 한 자서전을 써오라고 한다. 도대체 여울이는 뭘 어떻게 적어야 할지…….

 

「요즘 가족에 대한 낯선 감정들 때문에 오락가락할 때가 있다. 아빠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지 틈만 나면 줄담배를 피우기 예사다. 그럴 때면 아빠의 팔자 주름이 더 깊게 패어 노인처럼 보이곤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불퉁거리던 아빠지만 늙긴 늙은 모양이다. 목소리에 힘도 없고 즐겨 하던 고스톱 게임도 하지 않는다. 나는 한 번도 아빠가 늙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큰소리 탕탕 치면서 성질만 부릴 것 같은 아빠가 맥이 풀려 거실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편치가 않다.」- 본문 중에서

 

 

 

 

우리 집 이야기요? 들어보면 후회하실 텐데, 그래도 시간 되시면 한번 들어보실래요? 진짜 불량 가족이 따로 없어요.

<불량 가족 레시피>는 사춘기 소녀의 파란 만장한 삶이 짙은 회색으로 칠해진 그림과 같다. 더이상 그려넣을 공간이 없어 보인다. '참 잘 그렸구나!'라고 칭찬해주면 될 것 같은 예감도 드는데……. 나는 칭찬만 해줄 순 없을 것 같다. '왜 이렇게 그렸니?'라고 묻고 싶다. 여울이는 과연 뭐라고 대답을 할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한다. 하루 세 끼 꼬박꼬박 먹는 것도 행복인 줄 알아야 했던 시절은 누구나 한번 쯤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왜 우리는 '나는 불행한 적 없었어요.'라고 거짓말을 하는 걸까.

 

저자는 여울이를 통해서 '거짓말'하는 어른을 따끔하게 문책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 거짓말로 말미암아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움켜잡고 있지는 않았나? 그래서 아이들을 버르장머리 없고, 웃어른 공경할 줄 모르는 '비정상'으로 취급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누구한테 배운 말버릇이냐고,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느냐고 말이다. 너는 공부를 잘해서 봐주고, 너는 원래 말도 안 듣고 공부도 못하는 애다. 저놈은 대학이나 갈 수 있을지 몰라. 이 말을 청소년에게 꼭 해야만 하는 말인가?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 해도 남들이 관심을 보여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요. 그건 서로 사랑하라는 아주아주 고리타분한 교훈이기도 하죠. 제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요, 사람들 마음에 사랑이 있다는데, 어른들을 보면 사랑이 없는 것 같아요."」- 본문 중에서

 

학교에서 과제로 내어준 '자서전 쓰기'가 여울이에게 가족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된다. 콩가루 집안을 무어라 적겠냐고 한숨을 내쉬던 여울이는 마지막에 '그래도 가족이니까, 이제는 진짜 변화가 필요해'라고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교육을 전공하고 있어서인지, <불량 가족 레시피>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청소년 문학을 즐겨 읽어왔는데, 이번에도 나의 선택은 헛되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 청소년과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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