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가족입니까>

글쓰는서령 2011. 7. 22. 09:32

 


가족입니까

저자
김해원 지음
출판사
바람의아이들 | 2010-10-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나라에 청소년문학을 가능성을 열어온 바람의아이들의 백 번째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무엇이 가족을 '가족'답게 만들어줄까?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인가. '집에 가면 짜증 나요.', '맨날 잔소리만 하고 듣기 싫어 죽겠어요.', '가족요? 그냥 제가 하는 일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알아서 하게 좀…….' 부모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인가. '이해하죠. 그래도 지들 잘되라고 하는 소리 아닌가요?', '부모가 아무리 잘하면 뭐합니까? 지들이 안 따라주는데!' 가족이 붕괴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우리는 '가족'에 대해서 진지한 자세로 생각한다는 자체가 낯 간지럽다. 앞서 말한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점은 바로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지 않는다. 모두 상대방이 잘못된 것이다. 이래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통.소통.소통. 이제는 진짜 소통이 필요하다.

우리의 소통을 가로막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서로의 의식인가? 그보다 먼저, 우리의 의식을 온종일 붙잡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다. 바로 '핸드폰'이다. 특히, 청소년에게 핸드폰의 존재감은 무서우리만치 위대하다. 잠시라도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의 연인. 핸드폰!

<가족입니까>는 '핸드폰' 광고를 찍기 위해 출연자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아빠, 엄마, 아들과 딸의 적임자를 찾으면서 '가족'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있다. 네 명의 작가가 가족 구성원을 한 명씩 도맡아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핸드폰'광고를 찍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평소의 자신답지 않은 가상인물을 연기하는 시간 속에서 점점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깨닫게 되는데…….

 

 

 

「"엄마, 나 좀 그냥 놔둬요. 나도 할 수 있다고요. 엄마는 내가 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알지만 아니라고요. 엄마가 내 손 내 발 내 생각 다 묶어 놓고 있었다고요……. 내가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내가 판단하도록 놔둬요. 그럼 엄마는 소질 없는 애 끌고 다니느라 힘든 걸 참을 필요 없고, 나는 가족들이 참는 걸 미안해할 필요도 없잖아요. 제발, 엄마!"」- 본문 중에서

 

예인이를 멋진 배우로 성공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삶은 내려놓은 엄마의 모습. 정작 예린이는 감정 없는 로봇처럼 엄마가 짜놓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따르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항상 가슴을 묵직한 그 무언가가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예린이었다. 휴대폰 요금이 24만원이나 나온 재형이. 게다가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들키는 바람에 휴대폰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재형이의 엄마는 학교로 찾아가서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온 상황이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다. 재형이에게 "내가 정말 못살아. 너, 나가 뒈져! 너 같은 애 필요 없어. 어쩌면……사고뭉치……이 밥버러지……"라고 말을 해버린다. 재형이는 홧김에 집을 나와버리는데…….

 

광고회사에 다니는 안지나. 그녀는 항상 엄마에게 쌀쌀맞고 무뚝뚝한 딸이다. 가끔은 엄마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귀찮아서 일부러 안 받는다. 한참을 울리다 끊기는 벨소리마저 듣기 싫은 모양이다. 그러던 그녀는 회사에서 찍는 핸드폰 광고 속 '엄마'역할을 떠맡게 된다. "말도 안 돼요. 결혼도 안 한 제가 무슨 수로 엄마 역할을 해요?" 끝으로 아빠 역할을 맡은 박동하. 그는 평범한 사십대 가장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와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을 둔 그에게는 항상 말없이 찾아오는 적막감이 있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집이 싫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야? 지금이 몇 신데. 얼른 들어와.", 딸에게 전화를 걸어 "학원 마치는 시간이 몇 신데. 거기서 어떻게 더 빨리 오냐고."라며 외로움을 털어놓는 아빠의 모습이다. 우연히 직장 동료로부터 광고제안을 받고 썩 내키지 않는 심정으로 수락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가족'과 '소통'이 단절되었다는 점!

 

 

 

「"이건 어때요? 핸드폰이라는 게 현대적인 소통의 도구잖아요. 소통 쪽에 초점을 맞춰서 풀어 보는 건 어떨까요?"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침을 튀기며 칭찬을 했다. "훌륭해! '핸드폰으로 가족 간 소통의 차원이 달라진다'는 식으로 둘을 연결시키면 근사한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본문 중에서

 

우리 가족은 대화가 필요해. 그럼 어떻게?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가족입니까>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가 읽으면 참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청소년에게도 안성맞춤인 책이다. 이 책의 포커스는 '가족'과 '소통'이다. 전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말라는 뜻일까. 가족과 마주 앉아 말하기 싫은 아이는 전화와 문자로 자신의 의사를 대신 전달한다. 얼굴이 안 보이면 속이 편할까? 부모들은 그런 핸드폰을 빼앗아서 없애려고 안달이다. 저놈의 핸드폰때문에 우리 아이가 망가지고 있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역발상을 해보자. 저놈의 핸드폰 덕분에 우리 가족은 더욱 가까워졌고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신세대를 뛰어넘어 최신형세대다. 그래서 그 시대에 맞추어 가야 할 때가 분명히 있다. 이 책은 "지금 시작하세요!"라고 말한다. 가족 구성원을 네 명의 작가가 맡아서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표현했다는 발상이 독특하고 신선했다. 청소년의 입장을 성인작가가 표현했다는 점에서 미숙한 부분이 적지 않겠으나, 이렇게 시도를 해서 청소년 문학을 새롭게 탈바꿈했다는 것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소통의 문을 두드리자.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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