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꼬마 난장이 미짓>

글쓰는서령 2011. 7. 24. 11:44

 


꼬마 난장이 미짓

저자
팀 보울러 지음
출판사
다산책방 | 2009-02-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열다섯 살 꼬마 난쟁이의 가슴 시린 성장기! 열다섯 살 난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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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미짓. 여드름투성이. 키가 1미터도 안 된다지. 멍청한 미짓!

태어날 적부터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미짓, 구부정한 작은 키에 이따금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작증세를 보인다. 말더듬이에 자신감도 없고 자신의 친형 '셉'을 그 누구보다 증오하고 두려워한다. 아버지 앞에서만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는 형의 이중성은 미짓의 자존감을 처참히 짓밟고 뭉개버린다. 미짓을 낳고 세상을 떠난 엄마의 죽음은 유년시절의 셉에게 치명적인 충격으로 다가왔고, 기어코 동생 미짓을 '살인마'라 부르면서 복수를 하고 말겠다며 협박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형의 괴롭힘이 시작되는데…….

 

나도 할 수 있을까. 나 같은 난장이가 무슨 수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창공이 눈부시게 반사되어 빛나는 바다. 그 물결 위를 박진감 넘치게 달리는 셉의 모습.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요트를 능수능란하게 타는 형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미짓. 언제부터인가 선착장에 홀로 버려진 낡은 요트 하나에 마음이 간다. 반쯤 칠이 벗겨진 요트는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하다.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요트를 보고 가슴 속에 꿈을 키우기 시작하는 미짓이다.

 

 

 

「알아요,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꿈이 절 떠나지 않는걸요. 점점 더 강해지기만 하는걸요. 저녁 내내 그 꿈은 미짓의 마음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미짓의 모든 것을 점령해버리고 말았다. 미짓은 그 꿈에 사로잡혀서 다른 모든 것을 잊었다.」- 본문 중에서

 

미짓은 자신이 항상 묵묵히 바라보던 요트를 손질하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는 요트를 '미라클 맨'이라고 했다. 선체에 페인트칠을 하면서 미짓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데……. "만지지 마! 네 녀석은 아직 그를 몰라. 그도 널 모르고." 미라클 맨을 사람처럼 대하는 노인의 모습. 노인은 옹알이하듯 말을 더듬는 미짓을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난다.

 

「"여기야. 여기가 너만의 조선소지. 네 기적의 요트를 만드는 곳 말이다. 우선 그림을 그려보는 걸로 시작해. 직접 그림을 그려봐야해. 구석구석 아주 뚜렷이. 그 무엇보다도 간절하게. 그리고 그것의 존재를 믿어야 해. 완전히 말이야. 의심하지 말고."」- 본문 중에서

 

노인의 마지막 선물 '미라클 맨'은 미짓에게 알 수 없는 성장통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미짓은 자신을 괴롭히는 셉에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꿈꾸고 간절히 희망하는 미짓. 미라클 맨을 타고 바다 위에서 자신의 형과 요트 경기에 참가하게 되고, 그 간절함 바람은 미짓에게 짜릿한 승리를 안겨다 주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성장소설임과 동시에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수만 가지 고통과 선악의 분열을 신비롭게 승화시켜낸 '인간의 생애'를 다룬 소설이다. 미짓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정신을 집중하고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면 현실이 되는 것. 그래서 형의 요트를 뒤집히고 심지어 형의 죽음을 간절히 기도하기도 한다. 그러한 내면의 갈등을 겪으면서 자신이 지닌 능력을 향한 두려움을 키워나간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다른 측면으로 보면 '자아분열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형의 이중적인 모습이 미짓을 힘들게 만들었지만, 정작 미짓 자신조차 자신의 능력을 믿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냐는 것. 엄마와의 애착감이 형성되는 시기에 동생을 낳고 자신을 떠난 그 빈자리를 인정할 수 없었던 셉은 미짓을 '살인마'라 부르면서 증오했다.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미짓은 막무가내로 자신을 '살인마'라 몰아붙이는 형을 이해할 수 없었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셉과 미짓이 보여주는 형제간의 갈등과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꿈의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미짓의 내적갈등이 서로 뒤엉켜서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한다.

 

선착장에 버려진 요트에 생명을 불어넣은 미짓, 미라클 맨과 함께 시작한 항해 속에서 '진정 나다운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요트를 타는 순간만큼은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던 미짓이었다. 끊임없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정신을 집중했던 미짓,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미라클 맨'의 영혼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미라클 맨, 왜 나죠? 내가 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다른 사람들은 왜 못하는 거죠?'라고 말이다.

 

「미짓은 여러 가지 생각을 마음속에서 밀어내며 억지로 다음 부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자신이 완성해야 할 그림들은 더 있었다. 그것들이 또다시 그의 마음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미짓은 그것을 그렸고, 그것을 떠올리며 항해했고, 그것이 실현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 그는 그날 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잊어버렸다.」- 본문 중에서

 

 

당신의 믿음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우리는 무엇을 믿고 오늘을 살아가는가? 그 믿음의 정체부터 찾아내어라!

 

미짓의 내면에서 새어나오는 울림은 바로 '미짓' 그 자신이었다. 나는 말 더듬이에 자신감도 없고 키도 작고 못생겼어요. 형은 나를 계속 괴롭히고 언젠가는 죽이고 말겠노라 협박을 하죠. 그리고 엄마는 저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그런 제가 어떻게? 나는 <꼬마 난장이 미짓>을 읽으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그건 나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었기에. 이 책은 짜임새 있는 구성, 부정할 수 없는 주인공의 사연이 거침없이 쏟아졌고 놀라우리만치 긴장감을 유발하며 긴박한 속도감을 유지하고 있다. 문득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생각난다. 열다섯 살 꼬마 난쟁이 소년의 아름다운 성장통.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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