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곱게 꾸미고 모양을 아양스럽게 굴면, 제아무리 장부라도 오히려 부인보다 못한 남자가 된다. 기색을 평온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면 비록 미천한 하인이라도 군자가 될 수 있다. 글을 읽으면서 속된 말을 하는 것은 닭과 개를 대할 때조차도 부끄러운 일이고, 손님을 보내놓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은 귀신조차 가증스럽게 여길 일이다. 경솔하게 말한다면, 제아무리 재상의 지위에 있다고 할지라도 노예나 다름없고, 걸음걸이가 방정맞으면 비록 나이 많은 어른이라도 아이들만 못할 것이다.
나는 예전에 이 말을 동쪽 벽에 붙여놓고, 그 끝에 "명숙의 방에 이 글을 썼으니 명숙이 어찌 명숙을 속이리오"라고 덧붙였다. 이는 스스로 깊이 경계하고자 한 말이었다. 호굉은 "학문이란 해박해야 하고, 잡스럽지 않으며, 요약해야 하고, 비루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해박'과 '요약'이라는 두 글자는 '잡됨'과 '비루함'에 치우친 폐단을 각각 막을 수 있게 하므로 배우는 사람은 늘 이 말을 외우고 있어야 한다.
-<책에 미친 바보> p.196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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