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담다/책 속의 문장

[이덕무의 깨달음] 글의 정도(正道)는 …

글쓰는서령 2011. 7. 17. 16:48

 

 

그런데 모두들 한결같이 유별나게 신이한 글만 지어낼 것을 강요한다면, 도리어 그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잃은 채 나날이 높고 넓으며 뛰어넘을 듯한 경지로만 치닫게 될까 두려우니, 이 또한 글의 정도正道를 해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많은 선비의 문장을 진작시키는 일이 어찌 한 가지 법칙으로만 되겠는가. 이는 외려 글 쓰는 법을 국한시키는 게 아니겠는가? 글 쓰는 이의 재주에 따라 기이하거나 바르게 하면 저절로 볼 만한 것이 생겨나, 힘을 주거나 빼거나 글의 의미를 바로 말하거나 풍자하거나 자연스럽게 말하거나 뒤집어 말하는 등 그 변화가 끝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그 삶의 본연과 천진天眞을 깎아버리는 일 없이 그저 진부하고 낡은 잔재들만 버리자는 뜻이다. 또한 고인들의 글 쓰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구속을 받아도 안 되지만, 완전히 버리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므로 스스로 오묘하게 풀어내고 투철하게 깨우치는 법은 사람들 각자가 어떻게 잘 터득하느냐에 달렸을 뿐이다.

 

-<책에 미친 바보> p.98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