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아빠가 선물한 여섯 아빠
지은이 : 브루스 파일러
출판사 : 21세기북스
추억을 더듬기 위해 오래된 앨범을 들추어본다.
시계태엽을 거꾸로 돌리다 보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잊고 살았던 지난날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동생과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서 사진기를 향해 해맑게 웃고 있는 나의 모습,
동생의 짱구 이마가 예쁘다며 머리칼을 야무지게 잡고서 머리방울을 묶고 계시는 새색시의 풋풋함을 간직한 엄마의 모습,
어딜 가든 기념으로 사진을 남겨야 했던 그분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눈앞을 흐릿하게 가리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 아빠였다.
아빠는 사진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사진기를 들고 계셨던 것이다.
정작 자신의 자리를 만들지 못하고서 가족을 사진 속에, 혹 가슴 속에 담고 계셨나 보다.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아빠의 존재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때로는 무심하셨고, 때론 자상하셨던 아빠의 모든 것이 생각난다.
세상 모든 아빠의 가슴 속에는 자식을 향한 애틋한 사랑이 가득하리라.
내가 아빠에게 물려받은 것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었다.
굳이 가르치려 들지 않으셨고, 나 또한 애써 배우려 하지 않았기에 그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나 보다.
앞 세대가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유산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조금 특별한 유산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아빠가 선물한 여섯 아빠>는 아름다운 유산이 맺는 결실을 보여준다.
뼈에 발생하는 원발성 악성 종양으로 발생하는 골육종에 걸린 한 남자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
<아빠가 선물한 여섯 아빠>
저자 브로스 파일러는 두 딸을 둔 평범한 아버지였다. 하지만,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세월 속에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자신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두 딸에게 근사하고 멋진 여섯 아빠를 선물하게 된다.
「벤은 우리가 나고 자란 곳의 중요성을 알려줄 것이다.
어디를 가든 우리를 품어준 곳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얼마나 오래 살든 거듭해서 그런 가치들로 되돌아오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그는 내 딸들에게 "여기가 너희 아빠의 고향이란다.
그리고 너희들의 고향이기도 하지"라고 말해줄 것이다.」p.131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투병생활을 상세히 기록하면서 그를 통해서 두 딸을 향한 애절함과 미안함 그리고
깊은 사랑을 간절히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아빠 위원회'를 결성하여 여섯 명의 아빠를 선물하여
삶의 아름다움을 여섯 가지 은유를 통해 배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책의 중간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하는 자신의 삶을 통해서 두 딸을 향한 관심과 사랑을 부탁하는
저자의 편지가 인상적이다. '가족 및 친지 여러분께'라는 글과 함께 써내려가는 저자의 진솔한 심정은
언제나 '부디 저를 위해 산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끝맺음을 한다.
저자가 말하는 산책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책과의 인연이 닿은 모든 이에게 당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 딸의 기나긴 삶의 여정에 좋은 친구가 되어 함께 걸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아닐까?
<아빠가 선물한 여섯 아빠>의 저자와 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맞벌이 부부나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은
아빠, 엄마라면 맛있는 과자나 재밌는 게임기, 넉넉한 용돈, 방과 후에도 연이어 이어지는 학원과 과외가 아닌,
정말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을 직접 발 벗고 찾아 나설 수 있는 작은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아이들의 작은 삶에 멘토와 같은 좋은 인연을 엮어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참된 역할이 아닐까?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저자가 살아온 삶 그 너머에 존재하는 자식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떠올리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그게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위대한 사랑임을 믿는다.
"여행을 떠나렴, 얘들아. 운을 시험해보는 거야. 자, 출발하렴.
그리고 이따금 나를 위해 산책을 해주렴. 사랑한다, 아빠가" p.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