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오후의 문장
지은이 : 김애현
출판사 : 은행나무
일찍이 문학과 소통하는 세상을 꿈꾸었다.
나에게 문학은 사람과 자연을 아우르는 세상 속 별천지를 탐험하는 시간과의 소통과 같은 것이었다.
내가 지닌 언어의 독창성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다른 누군가의 언어성에 접근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다양한 장르의 책읽기 습관으로 형성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장르 문학이라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나 자신이 스스로 정립한 문학적 이론과 감수성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서면, 그것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구성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문학적 가치를 발견해냈다는 자부심에 가슴 설레기도 했다.
단편소설집을 읽기에 앞서, 한 권의 책에 접근하는 방식은 일반 책읽기와 조금 다르다.
다시 하나의 단편소설에 보다 깊이 파고드는 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글로서 자신의 사상을 표출하기 위한 작가의 내적인 심경을 반추해보는 시간이야말로
단편소설집을 읽는 목적 아닌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글과 소통하는 사람은 아름답게 보인다.
<오후의 문장>에 수록된 단편소설은 소통이 차단된 세상의 악취 나는 이질적인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애써 감추려고 했던 장벽의 틈새를 발견하여 자신만의 언어로 승화시켜 붕괴하는 작가의 전략이 인상적이었다.
다소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단편소설의 전개방식 속에는 인간의 심리와 자연 현상을 조합하여
독자로 하여금 침체한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재발견하게 하는 힘이 숨겨져 있다.
「내가 내 소설 속의 쉼표 혹은 마침표나 감탄사가 되기까지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얼마 되지 않아 깨져버렸지만
여전히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다짐을 한다.
가장 최근에 한 다짐은 바로 이런 것이다.
내 눈엔 소설만 보여요, 하는 날이 올 때까지 한눈팔지 말자, 라는.」p.310
작가는 책을 통해서 자신과의 소통의 기로를 염과 동시에, 세상과의 단절된 문을 여는 역할을 하는 중재자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역할에 있어서 다양한 문제 인식을 향한 눈과 마음이 항상 열려 있어야 할 것이며, 그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다시금 재탄생시켜서 독자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세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은 글을 쓰는 자, 한 사람은 글을 읽는 자, 한 사람은 그것을 통해서 다시 깨닫는 자다.
그것은 다시 순환하는 현상으로 발전한다.
깨달은 자가 다시 글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오후의 문장>뿐만 아니라, 여러 단편소설집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그러하다.
이 한 권의 책은 읽고 나서 덮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 바턴을 내가 받았다는 사명감으로
다시 세상을 향해 모든 것을 열고자 다짐하게 된 것이다.
간단명료하게 보이는 단편소설일지라도, 그 간결함 속에 심오한 세상의 이치를 함축시키려고 노력하는
작가의 마음이 되어 읽는다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단편소설집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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