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본능을 자극하는 존재
오늘은 나의 몸과 마음에 잠시 머물렀던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나의 심장 소리, 혈관을 타고 흐르는 핏소리를 들으면서 살았던 그 존재가 나를 떠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태초부터 스스로 존재했던 것처럼 내 앞에서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스스로 태어난 존재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자발적 욕구와 본능에 특수한 권한을 부여받은 존재, 나로 하여금 스스로 인내하는 법을 깨닫게 하는 나의 아이를 떠올려본다.
우리가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모든 사연에
아이가 스스로 숨을 쉬고 걸어 다니는, 그 모든 행위가 평범하게 느껴질 무렵이면 나는 다시 낯설어지기 위한 노력을 시도한다. 성장하는 존재에 대한 타성이 생기지 않도록, 나 자신을 냉정하게 다스리는 것이다.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에 취해서 행여나 엄마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그저 자연스럽게 지켜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을 가만히 바라보기에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엄마는 스스로 강해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곧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아
책은 처음으로 엄마가 되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엄마라서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책 제목이 마음에 와 닿아서 읽기 시작했다. 이 짧은 문장에는 내가 애써 말하지 않아도, 엄마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의미 그리고 가치와 사랑이 담겨 있다. 책은 엄마가 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그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의 몸과 마음으로 말하는 듯하다. 무엇이 그들을 조화와 통일로 물든 존재로 만들었을까.
「이 세상 수많은 여자들, 수많은 엄마들, 수많은 아기들을 떠올렸다. 문득 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의 많은 어머니들이 아기를 껴안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운이 좋아 흔들의자에 앉아서 아기를 달래고 있고, 어떤 이는 나처럼 지붕 아래 있고, 어떤 이는 하늘을 지붕 삼아 아기를 안은 채 비를 맞고 눈을 맞고 뙤약볕을 받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똑같이 아이를 안고 기도한다.」p.112
나에게 축복을 내린 존재에 대하여
낮과 밤이 교차하는 동안에도 너의 몸과 마음은 성장을 멈추지 않구나. 그저 둥글었던 눈과 귀 그리고 코와 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너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손가락 하나하나가 나의 인내를 닮은 듯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너는 그 누구도 닮지 않은 오직 '너만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내 마음이 서서히 가벼워지고 있음을 느끼는 중이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읽었던 책, 그러나 결국에는 엄마가 된 나를 이해하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다. 인간이 스스로 존재하려면 우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홀로 살아오던 시절에는 그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었던 커다란 교훈, 엄마가 된 지금에서야 온몸으로 발견하고 있음을. 인간의 성장은 영원히 끝날 수 없음을 기억하면서- 끝으로 나의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어본다. "나에게 축복을 내린 존재여, 난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아. 그럼에도 난 너에게 진실된 존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단다. 지금 우리가 걷는 이 길 위에서 너와 나에게 주어진 속도를 따라 나란히 걸어가자. 우린 잘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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