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숨 쉴 구멍이 필요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심정은 여백 없이 빼곡히 채워진 어느 풍경화를 마주한 것과 같았다.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한 장의 종이에 꾸역꾸역 채워넣은 화가의 마음을 떠올려보았다.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을 꾸며주는 온갖 요소를 최대한 끌어모으고 싶었을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세상의,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만끽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감상자는 숨 쉴 구멍이 필요했다. 그 작품은 여유도 낭만도 없었으며, 잠시 쉬어갈 여백도 없었다. 숨이 막혀버릴 것만 같아서 뒤로 물러서고야 말았던 것이다.
완벽한 삶의 치명적 약점은 무엇인가
작품은 조금 부족해도 좋았을 것이다. 작가의 욕심이 덜 채워진 미완성품으로 남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 하나의 색을 입히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그 자리를 가만히 비워놓아도 충분했다. 흰 종이에 검은 점 하나 찍어도 우리는 수많은 의미를 떠올릴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만들 수 있음을. 모든 존재는 그것이 유형과 무형임을 떠나서 완전한 상태에 도달하지 않음이 진정한 이룸과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은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에게 현명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어른이란 위치는 그 무엇으로도 완성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이라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생산하려는 이에게,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 스스로 생산의 가치를 지닐 수는 없는가?"
우리는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알아야
나는 사람이 태어나서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란 존재가 지금 이 순간까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나는 어떻게 이런 몸과 마음을 갖추게 되었는가. 그리고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지금 성장이 끝난 존재인가. 그렇다면 이제 나는 어떤 존재인가.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삶과 세상 속에서 나는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오직 '나'만을 생각할 수는 없다. 나에게는 다양한 역할이 주어졌으며, 그에 따르는 책임감의 무게도 상당하다. 이 모든 것에 조금씩 적응하는 동안 나는 삶에 대한 기준을 흔들림 없이 세울 것이며, 나아가 나 자신이 살아갈 터전에 깊숙이 뿌리를 내릴 것이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어갈 것임을. 이것이 곧 내가 스스로 가치있는 존재임을 아는 것이니- 나는 완벽한 작품은 아닐지라도 만인을 위한 여백과 낭만을 제공할 줄 아는 成人이 될 것임을 굳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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