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꽃피는 차나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책상 위에는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 한 권이 놓여있다. 주옥이라고 하기에는 나의 사적인 욕심과 편견이 선택한 대목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제법 나를 솔깃하게 했다. 언젠가 나도 그와 같은 생각 혹, 이야기를 떠올렸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헌데, 이미 그 이야기를 누군가가 벌써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어쩌면 미처 나만 몰랐던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며, 모든 이가 잊고 살아가기 때문에 다시 태어났을 것이다. 그 책이 바로 《사랑이 꽃피는 차나무》다.
이 책의 저자인 자연 스님은 茶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茶와 인간의 관계, 茶가 지닌 효능이 주는 신비로움, 茶나무와 인간의 만남을 통해서 '삶에 대한 희망적 교훈'보다는 '삶이 흐르는 이유와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茶나무가 맡은 것이다. 자연 스님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나무 한 그루를 소개한다.
「길가에 서 있는 풀 한 포기도 다 자신의 하늘이 있고 땅이 있는데, 하물며 큰 나무인 자신에게 존재이유가 없겠는가 하는 생각은 나무에게 끊임없이 존재의 근원을 추구하게 했습니다. 더구나 꽃 한 송이가 피고 지는 신비를 이해하면 우주적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소리는 나무를 한층 더 고무시켜 나갔습니다.」p.10 <인연 中>
나무는 조금씩 깨달아가는 중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스스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만드는 것임을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아낌없이 베푸는 인고의 시련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에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자연 스님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두 나무의 모습이 겹쳐지는 순간도 스치듯, 지나가고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무를 통해 인간의 삶을 개척하거나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茶나무가 지닌 본연의 맛과 색 그리고 향기를 아우르는 형체의 근원으로 향하는 의식을 행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가 읽으면 그 뜻이 범상한 것이나, 어떤 이는 방문을 열고 들어왔음에도 다시 나가는 법을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茶를 즐겨 마시기 때문에 이 책의 이야기가 더욱 진솔하게 느껴진 것임을 말하면서 감상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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