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하늘이 잠드는 시간

글쓰는서령 2013. 4. 10. 15:38

 

 

 

 

 

그곳은 마치 바다에 잠긴 마을과 같은 곳이다.

모든 생명이 부드러운 지느러미를 지녔으며, 유연한 몸짓으로 살아간다.

어느 곳이 하늘과 땅인지,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것.

물과 물 사이를 걷거나 기어 다니면서, 주어진 목숨을 위해 부지런히 살아간다.

 

내가 사는 이 마을은 산과 산 사이에 존재한다.

이른 아침이면 희뿌연 안개가 설산雪山을 만들기 시작하며,

기적처럼 울리는 새들의 날갯짓이 태양을 향해 움직인다.

그때쯤이면 나도 잠에서 깨어 창문을 활짝 여는데-

내가 마치 태양을 기다리는 해바라기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침을 기다렸던 나이기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반갑게 다가온다.

 

 

 

 

 

 

 

-書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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