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나무가 자라는 시기와 방법

글쓰는서령 2012. 12. 27. 23:20

 

 

 

 

 

 

 

너는 눈을 뜨지 않은 나무 한 그루이다.

지상의 낮과 밤이 교차하는 순간마저, 너를 외면했음에도

너는 그 무엇에 굴하지 않은 나무 한 그루.

 

애써 생각하지 않은 것이 눈앞에서 그림보다 선명히 펼쳐질 때면

나는 어두운 방을 희미하게 밝혀놓고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그로부터 보고, 느끼고, 듣고, 달려드는 모든 조각을 가져온다.

 

나무가 자라는 것과 내가 글을 쓰는 것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내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마저도- 우리는 닮은 구석이 있는데,

그(나무)는 땅 위에 세워진 우주 만물의 기둥이다.

그는 만물을 향해, 위해 존재하는, 살아있는 생명이요,

그의 뿌리는 인간의 정신이 섬기는 지주(支柱)이다.

 

그(나무)가 사시사철- 스스로 쓰러지지 않을 때면

우리는 다시 한 번, 그를 떠올리며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굴곡진 공간에 똬리를 틀어- 기이한, 오묘한 지혜를 보여주고

땅이 갈라진 아귀에 스스로 뿌리를 내리는 겸손함을 가르친다.

우리는 살아갈 수 없으나,

그는 뿌리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

 

"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대에게 나를 말할 때, 나는 애써 푸념하듯, 말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대의 머리와 가슴이 기억할 수 있을 만큼의 말이 필요한 것이다."

 

글은 그렇게 써야 한다.

내가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사로잡는 방법은 단 하나,

내가 직접 당신의 머리와 가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의 욕구, 갈증을 끄집어내는 것.

 

어떻게,

그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그처럼 글을 쓴다면- 가능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그가 되어야 한다.

 

 

 

 

 

 

 

 

 

 

 

-書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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