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서령의 50+50

50. 일찍 피어나는 꽃이 가장 이르고도 숭고한 시간에 지는 법…

글쓰는서령 2012. 5. 29. 07:12

 

꽃들은 대게 이른 아침에 창백한 녹색을 띤 봉오리로부터 피어난다.

그것은 순수한 백색이다.

꽃잎은 마치 마법 속에서 나타난 듯이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하늘거리며,

하늘을 받치는 거대한 아틀라스의 하얀 기둥처럼 빛난다.

그리고 어둡게 반짝거리는 초록의 단단한 잎사귀들 위에서

하루 동안 젊음을 간직한 채 찬연히 빛나며 흔들린다.

그런 다음 꽃잎은 조용히 색이 바래기 시작한다.

가장자리가 노랗게 변하면서 형체를 잃어 간다.

피로에 지쳐 굴복한다라는 감동적인 표현이 어울리게 늙어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정원 일의 즐거움》중에서

 

 

 

서령: 우리는 말한다. "일찍 피어나는 꽃과 빨리 성공하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꽃도 사람도 일찍 피어날수록, 늙어가는 때도 일찍 찾아오기 마련이다. 누군가 말했다. "빨리 성공한다고 능사는 아니잖아요." 꽃은 경쟁하지 않으나, 사람은 경쟁하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꽃이 피고 지는 것에 사람의 성공을 비교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했던가. 그럼에도 꽃과 같아지고 싶다면, 차라리 인생을 논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자연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건들지 않는 한, 때가 되면 늘 자신의 자리에서 본연의 빛깔과 모습을 뽐내기 마련이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찾아왔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신을 낮춘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자연과 같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자연처럼 산다는, 살겠다는 의지만큼은 언제라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 

 

일찍 피어나는 꽃이 가장 이르고도 숭고한 시간에 지는 법이다. 당신은 알고 있는가. 일찍 피어났다고 하여 그것이 비단 빠름과 느림의 속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세상 모든 꽃이 일찍 피어난다. 저마다 자신의 때와 순서를 아는 것이니, 그 순리대로 피어나는 것이 곧 일찍 피어났음과 다를 게 무엇 있으랴. 당신은 알고 있는가? 꽃은 경쟁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순서가 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에 마음을 사로잡혀 인간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꽃은 현실을 초월한 그 이상의 것이나, 인간은 현실을 초월해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추상적인 꿈은 그저 영원한 꿈으로 남겨지는 법… 인간은 현실을 살아야 하는 존재이니, 현실에 존재하는 꿈을 꾸어야 할 것이다. 현실을 이룬 자, 그는 머지않아 현실을 초월하는 법에 대하여 절로 터득하게 되리라. 가장 이르고도 숭고한 시간에 지는 꽃과 사람이 되고 싶은가? 탄생과 성공의 순서는 우리가 임의로 정할 수 없는 법이니, 각자의 처지와 본분을 거스르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일찍 피어나는 자가 될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