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 자신을 반복해서 흉내 낼 것이라 기대하지 마라.
과거는 더 이상 내게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나 자신을 베낄 바에야 차라리 다른 사람을 모방하겠다.
그러면 적어도 새로운 면을 추가할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
난 새로운 걸 발견하기를 좋아한다.
(피카소)
서령 : 어제의 글이 오늘의 글과 같을 수 없다고 했잖아요. 말인즉,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을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에요. 지금 이 순간의 나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존재랍니다. 다시 시작하고 있어요. 그래서 때로는 말과 글이 중복되기도 해요. 어제 했던 말과 글을 깡그리 잊어버리거든요. 나는 과거의 욕구와 생각에 얽매이기 싫어요. 때로 나 자신의 내적 성장을 목적으로 쓰는 글이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용을 꾸준히 이어오기도 하죠. 나를 주제로 한 장편소설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나는 지금 장편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서요. 글과 글을 냉정하게 끊어버릴 필요가 있는 거죠.
어제의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그것이 자칫 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잖아요. 나는 창작에 대한 열의가 충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삶 자체가 창작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나요? 어떻게 매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죠? 물론 겉으로 보이는 우리의 모습은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어요.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그게 아니잖아요. 마음이 항상 변하지 않던가요? 마음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붙잡을 수 없어요. 이렇게 마음은 나날이 변하는데, 어제의 생각에 얽매인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오늘이 시작되면 나는 오늘만을 생각해요. 나는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내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했잖아요. 가진 것 하나 없는 존재라고요. 그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거에요. 바로 오늘이라는 순간을! 다시 시작하는 거죠. 나는 날마다 내 안의 모든 걸 비우고 다시 시작하고 있어요. 그래서 매일 실천하는 게 있어요. 바로 매일 글을 쓰는 거에요. 매일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거죠. 나의 내면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쓰기도 해요. 그래서 어제 내가 쓴 글을 읽어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아, 어제의 나는 이런 모습, 이런 상태였구나.'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 나는 이 말을 조금 바꾸어서 이렇게 생각해보고 싶어요. "아무것도 갖지 않은 상태에 놓여야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을 내 안에 담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비워내기를 반복해야 한다고 말이에요. 나는 아직 온 세상을 갖기 위해 노력할 처지는 아니라서, 일단은 나에게 주어진 순간을 내 안에 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해요. 그리해야 곧 세상을 품을 수 있으리라 믿어요. 지금 이 순간에는 내 안에 많은 걸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내일을 맞이할 순간이 오기 전에 모두 비워낼 거에요. 그게 내가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사는 방식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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