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서령의 50+50

22. 어떻게 살아야 제법 잘 산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글쓰는서령 2012. 5. 1. 00:02

 

인생을 가장 잘 사는 길은

인생보다 더 오래 지속될 어떤 것을 위해

삶을 불사르는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

 

 

 

서령 : 예전에는 욕심이 많고 독하다는 말을 들어야 성공하는 줄 알았다. 내 눈에 비친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투견처럼, 그들은 치열하게 무언가에 매달렸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강했다. 그리고 독한 사람이었다. 세상은 성공적인 롤모델을 하나의 표본으로 정해놓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사람을 들먹이는 자기계발서의 판매량이 꾸준히 급증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설령 그 책을 읽어서 일말의 도움이라도 얻었다고 하자. 우리는 흔히 어떤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었다.'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도대체 그 도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진정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인간은 자신을 칭찬하는 소리라면 직접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비난이나 험담은 가급적 듣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는 나의 성과와 업적은 살아생전에 인정받아야 하며, 나의 허물은 내가 죽고 나서 드러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내가 죽고 나서 만인에게 칭송받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는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잘못된 생각은 아니다. 누구나 살아생전에 보상받고 싶은 욕구는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의 인생을 논할 때, 살아있는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 무엇을 남겼으며, 그것이 이 세상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말할 수 있어야,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하여 진지하게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일은 내가 죽어서도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 당장 잘 사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도 정답이고 내가 말한 것도 정답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꾸준히 잘 살기 위해서는 인생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자식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죽기 전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면서까지 노력하는 사람은 자칫 강박관념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이것이 혹 욕심은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해보았다.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기 전에 뭐 하나라도 제대로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수 천년의 세월이 흘러 이미 육신은 사라지고 없으나, 인간의 사상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후세에 널리 전파되어 다시 인간을 깨어있는 존재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시대에 깨어있는 지성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모두 수 천년의 세월을 견뎌낸 사상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한 사람의 사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흔들어 깨웠던가.

 

인생은 자신의 족적을 남기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이렇게 나의 생각을 글로 적는 것도 족적을 남기는 행위와 같다. 지금 당장 내가 죽는다 할지라도, 내가 남긴 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기록한 글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육신은 떠나도 사상은 떠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살아가려고 한다. 나 자신보다 더 오래 지속될 그 무엇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비록 살아생전에 이 삶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더라도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그리하여 사는 동안에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한 작은 선물 하나는 남기고 싶다. 나 살아온 세월은 그리 길지 않지만, 그래도 모든 것을 다 이룬 사람인 것마냥, 이렇게 허심탄회한 고백을 늘어놓자니, 내심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이것이 진짜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사는 동안,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겠으나, 그럼에도 지금 이 마음은 변하지 않도록 단단히 지켜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