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사람이 현명해지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착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책망하는 사이 상대방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
서령 : 선입견을 가치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근거로 사물의 옳고 그름을 일찍이 가려내는 것이다. 이 사람은 낙인효과가 지닌 백해무익함을 알지 못한다. 사고 자체가 이미 돌처럼 굳어진 상태여서 새로운 지식이나 생각이 주입될 수 없으며, 기존의 지식과 정보에 의존하여 세상을 똑바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 사람은 모든 진리는 고정적인 것이니,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어떠한 일을 하거나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도 선입견을 가지고 행동한다. 그는 가치관이라고 믿고 있으나, 이를 오랜 시간 방치하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동창회에 나간 사람이 있었다. 십 년이라는 세월만큼이나 친구들과의 연락도 뜸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의 기억 속에는 학창시절에 보았던 친구들의 모습만이 선명하게 떠오를 뿐이다. 그러나 잦은 무단결석과 문제행동을 일삼던 친구 한 명이 전혀 뜻밖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친구가 내가 알던 그 친구가 맞는 건가?' 그 친구는 비록 학창시절에는 소위 문제아라고 소문이 자자했으나, 세월이 흘러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자수성가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친구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영 탐탁지 않기만 하다. '일부러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원래 저런 애가 아니잖아, 내가 저 녀석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아는걸?'
나는 변하지 않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기도 하나, 그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이 세상에 변하지 않고, 본래 제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명이 깃든 존재라면 무엇이든지 변하기 마련이다. 매일 보는 가족의 얼굴이 마냥 똑같다고 생각하는가? 일주일 정도 떨어져 살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 가족의 얼굴은 어딘가 모르게 달라져 있다. 익숙해지다 보니, 그 형상 자체를 우리의 의식에 낙인찍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타인의 가족을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해석하여 속단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선입견으로부터 시작된 문제다.
이것은 첫인상을 통해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에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당신은 타인과의 첫 만남에서 일전에 만났던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허점투성이라며, 고개를 젓고 혀끝을 차대던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한편으로는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난 뒤, 선입견이 생겨버린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크게 두 종류의 선입견을 품고 살아간다. 하나는 최고의 기준으로 성립된 선입견이며, 하나는 최악의 기준으로 성립된 것이 그러하다. 나는 최고만을 생각하는 사람, 최악의 경우만을 생각하는 사람 모두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최초의 생각 혹은 가장 최근의 생각에 의해 사물이나 사람을 평가하기 쉽다. 이것이 곧 선입견인데, 우리는 이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다. 진면목이란, 본디부터 지니고 있던 그대로의 상태를 말한다. 하여 이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존재를 인식할 때, 선입견으로 평가하는 것이 곧 그 존재의 본래 타고난 성질을 재해석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과 철칙이 있다. 다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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