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향유고래 이야기> : 우리의 신념이, 우리를 완성한다.

글쓰는서령 2011. 11. 26. 10:22

 


향유고래 이야기

저자
김현태 지음
출판사
경영정신 | 2007-05-30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한계의 벽을 사뿐히 뛰어넘고 도약하는 방법! 광고회사 카피라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우선 도전을 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을 정하거라. 이유와 목적도 없이 덤벼들었다가는 금세 포기하게 될지도 몰라. 왜 하는지도 모르는 일에 매달릴 수 있겠니? 아무 생각 없이 덤벼들었다가는 작은 어려움 앞에서도 금방 무너지고 말 거야. 그러면 너 자신에 대한 믿음도 깨지게 마련이지. 그러니 일단은 이유와 목적을 정하고 나서 도전하도록 해라."」- 본문 중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구구단을 제대로 못 외워서 수업이 끝나고 혼자 교실에 남은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웃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또 굳이 나를 불러낸 선생님이 정말 싫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선생님은 끝까지 나와 마주앉아서 구구단을 외우도록 가르치고 또 가르쳤던 것이다. 이미 내 얼굴에는 '하기 싫은데, 왜 자꾸 억지로 시키세요?'라는 불만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을 테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구구단을 다 외웠고 선생님은 그제야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얼른 집에 가라고 하셨다. 운동장에 널브러진 돌멩이를 툭툭 차면서 교실 창문을 뚫어지게 째려봤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된 지금도 그 선생님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나에게 할 수 있다는 힘을 몸소 보여주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날 이후로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선생님께서 '구구단을 외우든 말든 너 알아서 해라.'라는 식으로 나를 그냥 집에 보냈다면… 물론, 언젠가는 내가 알아서 공부했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나를 한 번 더 이끌어주었음에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 살다 보면 그런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인생의 멘토'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을지라도 곁에서 당근과 채찍의 역할을 꾸준히 맡아주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우리의 모든 것을 의지해서는 안 된다. 멘토의 역할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기둥처럼 멀찌감치 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둥이 나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아예 기둥이 없는 것의 차이란… 

 

 

 

 

「"그래. 넌 시작을 향해 가는 거야. 끝을 향해 간다고 생각하면 안 돼. 한계를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끝에 닿는 순간, 갈 곳을 잃고 공허해지고 말 거야. 그러나 끝이 아닌, 자기가 만난 한계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망도 희망이 되지. 너는 지금 희망을 보러 가는 거야."」- 본문 중에서

 

<향유고래 이야기>에 등장하는 카피라이터 하우와 향유고래 벤에게도 기둥이 필요했다. 입사 초기에는 상사와 광고주에게 우수사원으로 눈도장을 찍은 능력 있는 카피라이터 하우였다. 그러나 그는 언제부터인가 나태해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의 아이디어창고는 밑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더이상 머리를 쥐어짜도 기발하고 획기적인 카피를 떠올릴 수 없게 되었다. 자칫 자신으로 인해 팀원 전체가 위기에 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닥치자, 하우는 발만 동동 구르고 속수무책으로 한숨만 내쉰다. 그날도 어김없이 하우는 드넓은 한강 앞 벤치에 초라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런 그에게 온화한 얼굴의 노인이 다가와서 이렇게 말한다. "그나저나 오늘도 고래가 나타날까."(p.17)

 

하우는 한강에 웬 고래가 있느냐는 식의 황당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는데… 노인은 하우에게 향유고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의욕을 잃어버린 하우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향유고래는 고래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물속에 머무르고, 가장 깊은 곳까지 잠수하는 고래다. 무려 삼천 미터 이상이나 되는 깊은 곳까지 잠수한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지구력을 필요로 할 것이 틀림없는데… 꼬마 고래 벤은 아빠에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바다의 깊은 곳엔 '도약의 꽃'이라 불리는 노란 색의 '프레지안'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 그 향기로운 꽃을 보았다고 하는데, 그 꽃을 보려면 삼천 미터가 넘는 바다의 깊은 곳까지 혼자의 힘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향유고래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처야 할 관문이라고 말이다. '나도 그 꽃을 볼 수 있을까? 봤다고 해서 얻는 건 뭐고 또 못 봤다고 해서 잃는 건 뭐지?'

 

 

 

 

「"바다의 깊이를 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깊이를 아는 거야. 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고래가, 아니 나를 포함해서 모두들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얼마나 깊은가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구나. 그러나 깊이가 깊으면 넓이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단다. 누구에게나 앞으로 가는 힘은 존재해. 그러나 언제까지 그 힘이 지속되는 건 아니지. 힘이 빠지는 걸 느끼는 순간에 우리들은 뒤를 돌아보게 되고 또한 자신 안을 들여다보게 되지. 그게 바로 발전의 시작이요 한계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야."」- 본문 중에서

 

행동하지 않고 얻을 수 잇는 것은 하나도 없지. 행동해야만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거야.(p.95)

꼬마 고래 벤은 장차 아빠보다 몸집이 큰 어른 고래가 되었다. 그리고 굳은 결심을 하게 된다. 도약의 꽃을 보기 위해서 바닷속 깊은 곳을 향해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벤의 곁을 지켜줄 해마 아저씨와 함께… 그들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도약의 꽃을 보기 위해서 조금씩 나아가는 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결코, 그 길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등장해서 벤을 곤란하게 만들 것이며, 벤의 의지력을 꺾기 위해서 온갖 자극을 가할 것이 틀림없다. 정말 도약의 꽃은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은 저마다 가슴 속에 품어둔 소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힘겨운 하루를 버티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하는 이유는… 매 순간 위기는 찾아오지만, 그것은 언젠가는 흐르는 물처럼 유유히 사라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그냥 어쩔 수 없어서 이렇게 사는 거죠.', '모르겠어요. 이거라도 안 하면 할 게 없잖아요?'라고 말이다.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비밀을 품고 살아간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떠돌이에게도 반드시 꿈은 있다. 그들에게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힘이 있으나, 조금 부족한 것이 있다면 아마 스스로를 향한 믿음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카피라이터 하우는 노인으로부터 향유고래가 되고자 노력하는 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따금 상어의 습격으로 위기에 처하는 벤과 해마, 그러나 그들은 힘이 모아서 당당히 상어를 물리쳤다. 벤은 왜 삼천 미터가 넘는 바다의 밑바닥까지 내려갔을까. 스스로 해야겠다는 결심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자신이 그것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아냈음이라…

 

<향유고래 이야기>는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선사했다. 우선 수심이 깊은 곳까지 포기하지 않고 내려가는 고래의 모습을 통해서 내 안의 잠재된 능력, 나를 향한 믿음, 꾸준히 도전하는 의지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찾아냈다. 벤과 하우의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도 중요하겠으나, 그들이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야말로 내가 새겨놓아야 할 훌륭한 교훈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에게는 노인과 해마라는 든든한 기둥이 있었음을… 이 책은 도전하는 자의 삶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성공임을 확신토록 내용을 구성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