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날고 싶지만>

글쓰는서령 2011. 11. 16. 21:15

 


날고 싶지만

저자
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 지음
출판사
보리 | 2001-12-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마음 아픈 일도 많고 고민도 많은 열일곱, 열여덟. 상업 고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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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어른이 되어서 내게도 능력이라는 게 생겨 최소한 엄마를 보살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신 엄마 아프지 않게. 언니를 나 때문에 돈 벌러 객지에 안 보내게 됐으면 좋겠다. 만약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엄마, 언니, 나 이렇게 셋이 살 수 있게 된다면 그 때는 내가 보살필거다. 다신 울지 않게 할 거다. 엄마가 나한테 잘못도 안 했는데, 내가 미안한데, 나한테 울먹거리며 미안하다고 말 안 하게 할 거다.」- 본문 중에서

 

문제 부모와 문제 아동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문제투성이인 세상만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학교에서 '청소년과 부모'라는 과목을 청강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교수가 말하기를, "요즘 문제 아동은 없다. 다만,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저는 이 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 부모도 어린아이였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그럼 문제 부모는 항상 대물림된다는 걸까요? 문제 부모라는 표현 자체는 엄청난 모순입니다. 바로 이 세상이 문제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탄식을 터트렸다. 나는 지금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래서 대부분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재학생 70% 이상을 차지한다. 내가 다니는 청소년교육학과에도 자녀를 둔 엄마들이 정말 많다. 대부분 '애가 너무 말을 안 들어서 청소년 공부 좀 해보려구요.'라는 말이 공부를 결심하게 된 대표적인 이유였으니…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공부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엄마들의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우리 아이를 너무 몰랐구나.'라는 반성을 하면서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나 역시 '내가 왜 학교 다니면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으며, 나아가 학교를 졸업하고 청소년 관련기관에 종사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날고 싶지만>이라는 책은 고등학생 48명의 수필을 엮어놓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미처 접근하지 못하는 청소년의 위험환경의 실태에 접근하게 된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우리가 생각하는 사춘기의 개념을 뛰어넘는 아이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진솔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얼른 어른이 되는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 중학교 때까지는 남자이고 싶어했다. 새아빠가 아들을 원해서이기도 했고, 두 분이 싸우실 때(말이 싸움이지!) 매맞는 엄마를 보호하기에 내 두 손은, 내 가슴은 너무나 작았다. 두렵기도 했고, 그래서 머리도 짧게 잘랐다. 남자처럼 행동한 적도 있었다. 가끔은 내가 남자인 줄 알았다. 짧은 머리의 나를 누구나 당연히 남자로 보았으니까. 그런 모습이 차라리 좋았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지금의 내 모습보다는.」- 본문 중에서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해지지 못한 아이들로 하여금 자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상황의 원인을 다양한 측면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의 영역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은 부모·형제와 직결될 것이고 학교는 선생님과 또래 친구 그리고 학업문제로 나누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청소년 범죄는 발생원인을 가정과 학교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한 일탈을 자극한 사회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나, 우선적으로 일차적 원인은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한 가정의 균형을 깨트리는 주범은 바로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회가 일차적 원인이고 가정은 그 다음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사회와 가정은 동등한 입장이 아니다. 사회 속에 가정이 속해있는 것이며, 가정은 다시 고유한 제 기능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으나, 적어도 <날고 싶지만>을 읽어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리라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적는 게 부끄럽지 않았을까.' , '가정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진다.'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차 청소년 지도자가 되어 청소년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일이 많아질 텐데, 나는 행여나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에 근거하여 청소년을 지도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겠노라 다짐해본다.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장소설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현시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별것도 아닌 일에 의기소침해진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말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연을 숨기고 사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말이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지도교사와 부모들 그리고 나아가 모순으로 가득한 비현실적인 교육정책과 청소년복지사업이 청소년이 처한 환경에 과감히 뛰어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