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나는 조상하는 손님들이 돌아간 뒤에는 여느 때처럼 《대학》을 읽었다. 인천 감옥에서의 사형 집행은 언제나 오후에 하게 되어있고, 장소는 우각동이란 것을 알고 있으므로 나는 아침에 이어 점심도 잘 먹었다. 죽을 때에는 어떻게 하리라는 마음의 준비도 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다른 죄수들이 나를 위하여 슬퍼해 주는 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본문 중에서
까만 안경 너머로 보이는 백범 김구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먹고 살기 편해질수록 개인주의는 급격히 팽창하는 듯하다. 솔직한 심정으로 개인이 모이고 모여서 집단을 만들고, 나아가 그러한 집단들이 모여서 터를 잡아 지역을 형성하고, 머지않아 하나의 건국이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면서도, 개인이 무엇을 어떻게 해서 나라를 위해 충성을 결심할 것이요, 나라의 안위를 위하여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남과 북이 갈라져서 온전한 한민족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에도, 현재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편안하게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이 사는 동안에 왜 어려움이 없겠는가? 그러나 시대를 거슬러가면 우리 민족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는지… 그 고통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 속에 묻혀 있다.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 그들이 충성을 다 바쳐 지키려 했던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 맞는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들어 준 책이 있다. 바로 백범 김구의 <백범 일지>가 바로 그 책이다.
「아비는 지금 너희가 있는 고국에서 5천 리나 떨어진 먼 나라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 아비가 겪은 일들을 기록하여 너희들에게 남기는 것은 결코 너희들에게 아비를 본받으라는 뜻은 아니다. 아비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너희도, 대한민국 국민의 하나이니, 세계의 수많은 위인 중에서 가장 존경받고 숭배할 만한 이를 택하여 스승으로 섬기라는 것이다. 이 기록은 너희들이 자라더라도 아비가 겪은 일들을 알 수가 없을 것 같아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다만, 유감인 것은 이 책에 적은 것들이 모두 오랫동안 사선을 넘나드는 모진 시련 속에 겪은 일들이므로 잊어버린 것도 많이 있겠지만, 하나도 보태거나 꾸며 넣은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니 믿어 주기 바란다.」- 본문 중에서
<백범 일지>를 읽고 마음이 공허해졌다. 이것은 왜곡된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한 것이었을까?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암흑의 나날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그는 진정 나라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다. 혹 그를 두고 단지 혁명가로서 충실했을 뿐, 현실적인 정치가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김구 선생이 <백범 일지>를 남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 내지 정신을 왜곡하는 세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글쎄 이것은 김구선생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기록하는 자전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이를 두고 무어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지에 등장한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여기에 모두 열거할 수는 없으나, 분명한 것은 김구 선생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추구했던 일념은 오직 대한민국의 안위를 향한 충성심이었다는 것이다. 문득 보다 많은 위인들이 이렇게 일지를 남겨 놓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는 사실보다는 진정으로 역사를 움직였던 위인들의 기록을 찾아보고 싶다. 이 참에 이순신의 <난중일기>도 읽어봐야겠다. 나도 일기를 꾸준히 적고 있는데, 진실성을 지키면서 알차게 기록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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