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을 말하다
「『연산군일기』를 남긴 사관들은 연산군을 황음무도한 인물로 그려놓음으로써 신하로서 군주를 쫓아내고 죽인 불충을 합리화했다. 연산군이 실제로 황음무도한 군주였다는 실제 증거는 거의 없음에도 조선 사관들이 덧칠한 가치관은 연산군이 세상을 떠난 지 50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성리학적 관점과 당파적 관점을 걷어내야 그들의 참모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
이제 우리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선의 왕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오랜 세월을 거쳐서 우리에게 공개된 문헌에 담긴 역사적 사실들은 그것이 실제 일어났던 일, 존재했던 사람이었는지를 입증할만한 근거자료는 제공하지 않았다. 우리가 역사를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서 시도할 수 있었던 최선책은 당시 역사의 편찬을 맡아 초고를 작성하던 사람이 남긴 자료를 토대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진정 중립을 지키고 객관적인 자세로 역사를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남겼을까. 때로 앞뒤 정황이 불일치하는 역사의 왜곡된 부분이 드러나기도 한다. 후대 사람들로 하여금 의혹을 제기하게 만드는 크고 작은 사건들… 이미 지나간 역사가 되살아나서 결백을 주장할 수는 없는 법,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에 이덕일의 <조선 왕을 말하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간에 조선을 책임지고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역대 왕들의 숨겨진 사연이 궁금했던 것이다.
「역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 중 하나는 역사를 과거학으로만 여긴다는 점이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사는 과거에만 머무르는 과거학이 아니다. 조선의 『동국통감』이나 송나라 사마광의 『자치통감』처럼 역사서에 '鑑(거울 감)' 자를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역사는 현재학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미래학이다.」- 본문 중에서
악역을 자처했던 임금들, 신하들에게 쫓겨난 임금들, 전란을 겪은 임금들, 절반만 성공한 임금들…
이 책을 읽으면서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의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되었다. 영화 '왕의 남자'를 비롯해서 그동안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황음무도한 연산군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가? 또한 사도세자를 뒤주 속에 가두어 죽음을 맞이하게 방치한 영조의 숨겨진 이야기, 정몽주를 제거하려했던 이방원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주화론과 척화론의 대립 속에서 남한산성에 갇혀 있던 인조가 이불조차 없이 한겨울을 보내야만 했던 사연… 독살설에 휩싸인 조선의 왕, 누군가는 민족의 언어,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큰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누군가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아비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 반대세력과 살벌한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조선 왕을 말하다>는 총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1권은 태종, 세조, 연산군, 광해군, 선조, 인조, 성종, 영조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며, 2권은 효종, 현종, 숙종, 예종, 경종, 세종, 정조, 태조, 고종에 대하여 다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최근에 막을 내린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 등장하는 수양대군의 경우에도 드라마틱한 개성을 부각시켰더라도 갓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역사적 인물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여 왜곡된 선입견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가싶기도 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드라마의 경우에는 보다 신중히 검토하고 건설적인 목표를 세우고 제작해야되지 않을까? 시청률을 노리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자극적인 소재로 역사적 인물을 위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덕일의 <조선 왕을 말하다>는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왜 우리는 그동안 색안경을 끼고 역사를 외면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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