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2천 년을 기억하는 스승과 제자> : 공자와 묵자 그리고 맹자와 순자, 스승과 제자를 말하다.

글쓰는서령 2011. 7. 27. 13:50

 


2천 년을 기억하는 스승과 제자

저자
고전연구회 지음
출판사
포럼 | 2006-10-09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방대한 고전의 영역을 하나의 테마로 꿰뚫은 새로운 형식의 고전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많이 듣고 의심나는 것은 버리고 그 나머지를 삼가서 말한다면 잘못이 적어진다. 많이 보고서 확실하지 않은 것은 버리고 그 나머지를 삼가서 행동한다면 후회하는 일은 적어진다. 말을 하는 것에 허물이 적고, 행동하는 것에 후회가 적다면 녹봉(祿俸 : 출세)은 저절로 따라온다."」- 본문 중에서

 

내가 이 세상의 끝자락에 다다를 무렵이면 한 권의 역사책이 완성되리라. 그리고 최초로 섬긴 스승이 등장할 것이다. 바로 나의 어머니, 그분의 아름다운 언과 행을 새겨놓을 것이다. 시기심에 미쳐버린 어린 시간들, '나는 혼자 성장했다.',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자만했던 그 시간들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내가 어찌 혼자 자랄 수 있으랴. 구태여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이유, 손 내밀지 않았던 이유, 다가오지 않았던 엄마의 이유를 스스로 깨우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차라리 일찍이 말을 해주셨으면…….' 어버이를 향한 원망은 마침내 나 자신에게 화살처럼 돌아왔다.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고.', '넌 여태껏 무얼 보고 자란 것이냐.'라고 꾸짖는 듯했다. 사람들은 스승이라 불리는 사람을 향해 절대복종하고 충성을 결심한다. 옳은 것이다. 제자된 도리로서 스승을 섬기는 것은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인 것이다. 스승을 향한 맹신, 그건 좀 위험하다. 서로를 서로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옛 중국의 지식인들은 '어렸을 때 물이나 불과 같은 재앙을 당한 것은 어머니의 잘못이고, 15세가 되었는데도 스승을 만나지 못해 글과 학문을 배우지 않았다면 아버지의 잘못이고, 스승을 만났는데도 학문에 뜻을 두지 못하고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면 자신의 잘못이다'는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이번에 읽은 <2천 년을 기억하는 스승과 제자>는 우리의 삶을 인솔하는 고전, 그 고전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존재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춘추전국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사상과 철학 중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유가, 묵가, 법가, 도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제자백가들의 사상, 혼란스러웠던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이룩한 그들의 사상은 후세에도 맥이 끊기지 않고 전해 내려온다. 어쩌면 지금 출간되는 처세술에 관한 책의 뿌리가 고전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고전을 연구하는 '고전 연구회'에서 출간한 책으로서, 고전 속에 등장하는 사제간의 도리와 깨우침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공자와 묵자 그리고 맹자와 순자가 함께했던 제자들은 누구였는가에 대하여 알려준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반드시 훌륭한 제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못된 스승 밑에서 훌륭한 제자가 나올 확률보다는 훌륭한 스승 밑에서 훌륭한 제자가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서 배우는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는 학문의 성공에 있어서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학문의 성공에 있어서 나머지 절반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묵자의 교육철학은 그 이치를 말한 것이다.」- 본문 중에서

 

 

 

 

때때로 배우고 익힌 것을 후손에게 전해주는 모습. 깨닫고 통찰하여 얻은 삶의 진리, 네 다리로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갓난애의 두 손을 잡아주는 부모의 마음과 같아서, 그 진리로서 두 다리가 지탱할 힘을 얻은 것이리라. 그렇게 걸어서 나아가는 행위, 스승과 부모가 남긴 발자국을 믿고 따르는 것이야말로 진정 배우고 익힌 것을 제대로 자신에게 투영시킨 것이라 볼 수 있노라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느낀 것은, 이미 '처음부터 스승과 제자는 닮은 사람, 같은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 앞선 자가 겪은 시행착오로 말미암아 뒷선 자가 그 충돌의 효과를 감지하여 되풀이하지 않는 것. 가르치는 자의 신념을 고스란히 물려받되, 그 본질을 지키면서 자신만의 업적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제자된 자로서의 도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것 하나만큼은 꼭 기억하자. 스승만 믿고 따르는 것은 스스로 한계를 짓는 것과 같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놓자. 그리고 자신을 믿자. 우리 인생에 있어서 진짜 '성공'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으로부터 인정받는 삶이 아닐까? 지금보다 더 많은 배움의 기회가 가득할 미래사회에 대비해서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관계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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