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세트(전3권)
나이가 듦에 따라 사랑의 농도가 더욱 짙어지는 법인가 보다. 그것도 아니라면 사랑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 성숙해지는 걸까? 차마 사랑이었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운 시절은 누구나 한번 쯤은 있으리라 생각된다. 철없던 시절에 느꼈던 애매모호한 감정의 실체를 새카만 밤이 하얗게 셀 동안만큼이나 고민했던 첫사랑, 떠나보낸 사랑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또 한번의 설레임 그 모든 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생각된다. 인터넷 만화가 강풀의 작품을 오늘에서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이것도 인연인지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읽게 되었다. 순정만화 시리즈라는 부제를 보면서 여타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랑이야기를 그려놓았을 거라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다. 이 책의 주인공은 노년기에 접어든 할아버지와 할머니였다. 아내를 일찍 여의고 새벽에 우유를 배달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할아버지, 치매에 걸린 아내를 간호하면서 주차장 관리인으로 사는 할아버지,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폐지를 주워서 사는 할머니의 모습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생활하는 독거 노인의 삶을 대변하고 있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새벽의 고요한 정적을 깨우는 김 할아버지의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폐지를 줍기 위해, 주차장 관리실로 출근하기 위해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은 서로가 서로를 끈끈한 매듭으로 묶어 더불어 살아간다는 인상을 남기는 듯했다. 경사가 가파른 언덕에서 폐지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위태롭게 끌고 내려가는 송 할머니에게 애틋한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는 김할아버지의 모습, 치매에 걸린 아내가 억압된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안방의 벽면에 새하얀 도화지를 넓게 부쳐놓고 집을 나서는 주차장 할아버지의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부모님 살아계실 적에 부르지 않아도 먼저 찾아뵈어 안부를 챙길 수는 없는 것이었나. 주차장 할아버지의 자식들은 저마다 어쩔 수 없는 변명으로 전화 한 통의 짧은 인사만 전할 뿐이다.
「나는 젋답시고 이래저래 옳다고 떠들어대며 고집피우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러한 것들은 할머니의 넉넉한 웃음 한 번에 의미가 무색해질 때가 많았다. 난 어쩌면 항상 당연한 것을 옳다고 주장했는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세월을 보내고 계신 것이 아니라 세월을 살고 계신 것이었다. (중간 생략) 그렇다면, 다른 노인분들 또한 다를 게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노인들이 내게 갑자기 특별해졌다. 살아온 세월만큼의 감정들이 가슴 속에 살아계시기 때문에 그분들은 더욱 특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즈음에 갑자기 노인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겼다. 인생을 아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그런 분들의 사랑을 꼭 만화로 그리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 얼마 전에 읽은 독거 노인의 삶이 담긴 책이 다시금 생각난다. 이 책은 그늘진 보금자리에 외로이 아침을 맞이하는 독거 노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진정 필요한 것은 누구나 소망하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리라 믿는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나는 수업시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선생님을 통해 전해들었다.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주셨던 할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음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이따금 별이 총총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할머니 저 많이 컸죠? 저 잘하고 있죠? 할머니 잘 지내고 계세요?"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레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항상 그립고 또 그리운 존재, 나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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