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깨어 있네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정돈하여 생활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현실을 바로 직시하고 생활하는 정신력을 단련시키기 위해서이다. 성현들의 가르침과 저마다 성공의 부를 거머쥔 사람들의 인생극장에 과감히 뛰어들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비아냥거린다면 아무런 발전이 없었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 삶에 희망을 걸고 열심히 살고자 노력한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마음은 한없이 즐겁고 행복했지만 몸은 열이 펄펄 나면서 끙끙 앓았다. 또 언젠가는 건강한 신체를 지녔음에도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수행자도 아니요, 먼 산 바라보며 인생론을 펼쳐대는 몽상가도 아닐진대 몸과 마음이 따로 진행되는 삶에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젊은 녀석이 고생을 사서 해도 모자랄 판에 무슨 벌써부터 신세타령이냐고 비아냥거릴지언정 그래도 나는 청춘의 기로에서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심신의 안위부터 챙겼던 것이었으니…….
가끔은 평범한 일상 속의 소중함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인간이란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가에 대하여 새삼스레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서 행복과 슬픔을 함께 느끼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해인 수녀는 오감의 행복을 일찍이 발견하였나 보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덮친 암이라는 병의 위력이 만만치 않았지만 수녀의 내면까지 파고들 수는 없었다. <희망은 깨어 있네>는 이해인 수녀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틈틈이 적은 시를 모아서 엮은 시집이다. 선택한 대상은 달랐으나 선택의 기준점과 소망은 우리 모두 한마음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글이 많아서 나의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물 한모금 마시기 힘들어하는 내게 어느 날 예쁜 영양사가 웃으며 말했다 물도 음식이라 생각하고 아주 천천히 맛있게 씹어서 드세요 그 후로 나는 바람도 햇빛도 공기도 음식이라 여기고 천천히 씹어먹는 연습을 한다 고맙다고 고맙다고 기도하면서─ 때로는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씹을수록 새로운 것임을 다시 알았다」- <새로운 맛> 중에서
「언젠가 나의 글은 유작이 되고 나의 말은 유언이 되겠지요 내일 일이 자꾸만 걱정될수록 느긋하게 마음 달래며 하늘을 봅니다 행복하다 감사하다 말하는 동안 바람 속에 환히 떠오르는 기쁨의 얼굴」- <일기> 중에서
사람은 공간 속에 박힌 풍경의 일부가 되는 순간부터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에 대하여 깊은 사색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왜 이곳에 존재하는지,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그리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해인 수녀의 글 속에는 지난날에 대한 깨달음과 뜻깊은 소망이 서려 있었다. 적어도 내가 느낀 바에 따르면 소망의 빛이 보였다. 언제나 위에서 아래를 향해 흘러가는 물의 순리처럼 주어진 현실을 거스르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 어떤 시인의 작품이라는 명분을 떠나서 나에게 다가온 모든 시집은 늘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삶의 소중함을 선물한다. 공존하는 삶의 구성원이 되어 보다 찬란한 미래를 꿈꾸어본다. 따뜻함으로 물든 이해인 수녀의 희망은 여전히 산들바람처럼 나를 찾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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