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수필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다 보니, 문학의 본질에 대하여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 특유의 기능이 시사하는 바를 독자로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책의 핵심을 정확히 간파하기도 하고 당췌 이해할 수 없는 심경으로 책을 덮는 경우가 많았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문학은 그 자체로서의 정의가 존재하고 글을 쓰는 자가 고유한 본질을 새롭게 탈바꿈하여 독특한 문학 세계를 창조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본래 문학은 작가의 경험에 의한 감성적인 문체에 호소력을 더하여 인간의 감성이 심취하도록 짜임새 있게 구성된 예술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그 속에는 우리 고유의 감정을 위한 풍자와 해학이 반드시 존재한다.
심히 못마땅한 상황 속에서 익살스러움을 유발하는 각고의 노력이 돋보이는 현대 해학수필선 <춤추는 수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심 고민과 갈등으로 인해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생각한 인간이 써내려가던 수필은 무엇이었던가?
어제를 살다가 오늘에서야 한시름 놓으며 내일을 준비하는 나에게 수필은 평범한 일상 속의 숨은 진주를 캐내는 작업과 같은 것, 그것은 내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진한 서명을 찍는 것, 나에게도 이런 행복과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우렁찬 박수 소리와 같은 것이었다. 이 책은 수필과 해학이 손을 맞잡고 이야기보따리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도록 실감 나게 선보이고 있다. 60명의 작가가 자전적 의미를 내포한 자신의 삶을 직접 풍자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는 부엌 속의 여자들을 끈질기게 문밖으로 유도해 내지만, 그들에게 돌아가는 대접은 '아녀자'를 대하던 시대감각에서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여자들에게 '아녀자'라는 관념의 쓰개치마를 벗겨 줄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이나 될까. 구청 문을 나서면서 이 '아녀자'가 올려다본 하늘은 그저 답답하고 씁쓸하기만 했다.」- <아녀자> 중에서 -
「성깔은 현대판 놀부다. 주장을 내세울 때는 청산유수이지만 들을 때는 소귀에 경 읽기다. 핑계와 변명을 대라면 백 여덟 가지를 못 채울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짓이 미꾸라지 세 말 정도는 삶아먹은 듯하다. 주변머리를 보면 남성교수는 중학교 남학생보다 못 하고 여성교수는 초등학교에 갓 취학한 여자아이보다 못 하다. 꽁하고 괴팍한 성깔을 죽어라 물고 늘어지는 속 좁은 협심증후군 환자가 그들이다. 나의 아내도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니 기억하시라. 배우자감으로 F학점이다. 교수가 결혼 상대자로 인기가 있다는데 중매쟁이의 눈이 삐어도 획 돌았다.」- <교수가 뭐기에> 중에서 -
이 책은 새벽 시간을 활용하여 틈틈이 읽었다. 신선한 아침부터 배꼽 빠져라 웃으면서 활기찬 하루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여운이 짙게 남는 걸까? 60명의 작가가 보여준 진솔한 삶은 나의 눈이 더욱 크게 떠지도록 이바지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제법 맞장구를 치면서 글을 읽었다면 나도 제법 해학의 묘미를 즐기는 자세가 되었다는 건 아닐는지. 거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문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싶다는 열망은 이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니, 나에게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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