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아동도서 리뷰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글쓰는서령 2011. 5. 18. 09:21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저자
다니엘 포세트 지음
출판사
비룡소 | 1997-11-10 출간
카테고리
아동
책소개
목요일 아침이면 항상 그렇듯 에르반은 배가 아프다. '혹시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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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의기소침한 아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자신감 결여에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학습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의 교육관이 중요한 것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교육환경을 제공해주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면 활달한 성격이 형성될 것이며, 더 나아가 자기 주도적인 아이로 성장하리라 본다.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는 발표 시간이 두렵기만 하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서 피한다기보다는 다양한 문제점이 뒤엉켜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선생님이 질문하는 내용 자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대답을 못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위축된 경우와 원래 발표력이 좋았으나 예상치 못한 실수로 사람들 앞에서 놀림을 받았을 경우에도 발표하는 시간을 두렵게 만드는 요소라 볼 수 있다. 매주 목요일은 칠판 앞에 나가서 수학문제를 푸는 날이다. 번호 순대로 부르지 않고 선생님이 임의로 지시를 내려서 문제를 풀게 하는 악몽 같은 목요일! 그래서 에르반은 목요일만 되면 배가 아파서 미칠 지경이다.

 

제발! 제발! 선생님,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요! 선생님이 꼭 나를 부를 것만 같아.

에르반은 수학문제를 풀기 싫었던 걸까, 칠판 앞에 나가는 게 싫었던 걸까?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던 에르반의 머릿속은 온갖 걱정거리로 엉망진창이다. 선생님은 실눈을 뜨고 아이들을 둘러보시면서 생각에 잠긴다. 오늘은 누가 문제를 풀어볼까? 에르반은 왠지 선생님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몸을 잔뜩 움츠리는데…….

 

 

 

 

「선생님은 목소리를 가다듬기 위해 기침을 하신다. 벌서 "에르반! 칠판으로!"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만일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면 다리가 후들거려서 앞에까지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삼 더하기 오는 뭐더라?」- 본문 중에서

 

한없이 작아진 에르반에게 뜻밖의 소식이 들려온다. 선생님이 연수를 가게 되어 다른 분이 오시게 된 것이다. 에르반은 생각한다. "어쩌면 새로 오시는 선생님은 목요일에 수학 문제 내는 것을 모르고 계실지도 모른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새로운 선생님을 기다리는데…. 아이들 앞에 새로 온 선생님의 행동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챈 에르반. 글쎄 선생님의 귀가 빨개진 것이 아닌가! 초조함으로 가득한 선생님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를 모르고 계셨다. 22명의 아이들이 선생님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22 더하기 22, 나는 재빨리 계산을 해 보았다. 44. 겁이 나는데 44개의 눈동자가 쳐다보고 있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선생님도 나처럼 배가 아프실까? 나는 선생님이 곧 탁자 뒤로 숨으실 것만 같이 느껴졌다.」- 본문 중에서

 

 

 

 

누구나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단다. 선생님은 모기만 한 소리로 아이들에게 말씀하신다. "자, 누구 칠판 앞에 나와 보겠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 마냥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뿐, 에르반은 선생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결국 에르반은 손을 번쩍 들고 칠판 앞으로 나간다.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는 발표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선물한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씩씩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왜 나만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는 걸까?

이 책은 권위적인 이미지가 강한 선생님을 소심한 아이들과 똑같은 감정과 상황을 느끼게끔 연출한다. 그리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어른들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말 그대로 누구나 긴장감을 느끼고 초조해진다는 것을. 주인공 에르반은 목요일만 되면 배가 아팠다. 하지만 에르반의 부모는 학교에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에르반은 엄마 아빠가 자신의 생각을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서 평소에 미처 세심하게 챙겨주지 못했던 아이의 학교생활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자녀가 생각난다면 지금 바로 실천에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