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나의 도착시간은

글쓰는서령 2011. 3. 10. 22:19

 

 

통상적인 기준점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태어날 적부터 당연시되어 의무적으로 받아온 학교 교육에 대하여 심한 거부 반응을 일으켰던 것도 하나의 반항이었을까.

또래 집단과의 어울림 속에서 차츰 길들여져 가는 나 자신의 불투명한 모습을 인식하게 되면서,

나만의 자아정체감이 형성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녕 이대로는 나를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게 소위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였을까. 일정한 선을 그어서 우리를 선 밖에 세워놓는 기준점은 누가 정했을까.

짧은 신호음과 함께 우리는 선 밖으로 튀어나와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행여나 옆 사람을 쳐다보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그 순간 뒤로 밀려날 것을 벌써 깨닫고 있었다.

앞서 가는 친구의 뒷모습이 냉정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 친구는 일등이라는 자부심으로 헉헉대는 숨소리조차 멋들어지게 내뿜고 있었지. 그리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것은 선의의 경쟁이었을까. 혹은 내키지 않는 악의의 경쟁을 그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시행한 것은 아니었을까.

 

인간은 불안정한 위치에 놓였을 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라 생각한다.

일명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이라고 해야 되겠지. 당신의 한계와 능력이 밑바닥까지 드러나는 경험을 해보았는가.

정녕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는가. 왜 나는 이렇게밖에 못하는가에 대하여. 아니, 왜 할 수 없는지를.

이제 겨우 성공을 이루었는데, 이제서야 마지막 장식품을 올려놓았는데,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그 심정을 느껴보았는지.

도착지점이라 굳게 믿었건만,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 순간을 말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언제 도착해야 하는지.

 

학창시절, 나를 찾아오던 그 수많은 경쟁구조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새삼 느끼는 오늘이다.

나는 꿈만 꾸며 살고 싶지 않다. 반드시 실현되는 꿈을 품을 것이다.

얼마 전에도 언급했지만, 내 삶은 비슷한 성질의 양분이 모여서 새로운 가능성의 길을 열어주리라 믿는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은 희망이 있다. 이것도 하나의 긍정적 기도문과 같으리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주입하는 긍정의 효과.

 

도착지점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은 너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추기는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는 걸 안다.

그것도 우리 모두의 마음가짐에 달렸겠지.

 

삶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정신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과는 다르다.

우리는 늦지 않았다. 고로 나도 늦지 않았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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