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ROOM
지은이 : 엠마 도노휴
출판사 : 21세기북스
'방'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밀폐된 공간, 혼자만의 공간, 무언가를 채우는 공간, 가족과 사랑을 나누는 공간으로 볼 수 있을까?
우리에게 하나의 공간이라는 의미로 다가오는 '방'의 쓰임새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품고 나타난다면, 그 누구도 들어갈 수도, 밖으로 나올 수조차 없었던
미스터리한 방에 얽힌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게 되었다.
<ROOM>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밀실 감금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어서 탄생한 소설이다. 집으로 향하던 하굣길에 한 여고생이 괴한에게 납치된다.
남자는 철저하게 잠금장치로 무장한 헛간을 가장한 밀실에 소녀를 가둔다.
열여덟 살에 낙태를 경험하고 열아홉 살이 되던 해에 괴한의 아들을 낳아서 기르게 되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태어난 아이는 오직 엄마, 동화책 다섯 권, 텔레비전을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
괴한이 가져다주는 음식물과 옷을 입으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 길었던 시간 중에서 5년은 자신의 아들과 함께 미래를 꿈꾸며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잭. 그는 절대 우리에게 전화도, 창문도 주지 않을 거야."
엄마는 내 엄지를 잡고 꽉 쥐었다.
"우리는 책에 나오는 사람과 같아. 그가 그 책을 아무에게도
읽게 하지 않는 거야."」p.156
<ROOM>은 인간이라는 생물체가 최대한의 능력과 의지를 얼마만큼 끌어올릴 수 있는지,
부모와 자식 사이에 흐르는 뜨거운 모성애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태어남과 동시에 볼 수밖에 없는 세상과의 약속과 단절된 하나의 인격체가 밀폐된 공간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그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강인한 정신력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바깥세상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진짜였다.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내가 보았으니까.
엄마와 나는 비밀번호를 모르기 때문에 거기에 갈 수가 없지만,
그래도 진짜였다. 문을 열 수 없다는 데 화가 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
일단 바깥세상을 다 담으려니 내 머리가 너무 작았다.」p.173
이 책은 인간의 심리를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
밀폐된 공간은 폐쇄적인 느낌이 너무 강하다.
그러나 <ROOM>에서 나오는 그 공간은 엄마와 아들이 주고받는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시작으로
감히 우리가 도전하지 못했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하나의 시발점 그 이상이었다.
책의 소재는 충격적인 범죄 사건에 불과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엄청난 세계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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