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페이스 쇼퍼>

글쓰는서령 2010. 11. 28. 20:49

 

 

책제목 : 페이스 쇼퍼

지은이 : 정수현

출판사 : 자음과모음

 

 

 

우리는 아름다움에 익숙하다. 천대받고 볼품없는 것에는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것은 보이는 것, 외적인 면을 우선시하는 우리의 가치관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몸속에 가려 있다.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볼 수 없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이 있다.

왜 우리는 그토록 보이는 것에 집착할까? 사람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시각이 미치는 영향이 모든 일과 연관성을 보이기 때문일까?

그럴듯하게 보이는 광고 속의 인물과 대상도 우리의 시각을 자극한다.

 

 

우리는 시대의 변화에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흐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얼굴도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성형이라는 것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열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성형(成形)이란 외과적(外科的) 수단으로 신체의 어떤 부분을 고치거나 만드는 것을 말한다.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불의의 사고로 신체 일부분이 손상되었을 경우에 성형시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성형의 개념에서 미(美)적 요소가 개입되었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성형 수술을 하는 사람이 많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 쇼퍼>성형외과 의사라는 직업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성격을 지닌 등장인물을 개입하여 우리에게 성형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성형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본 환자, 성형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환자,

성형에 중독되어버린 환자, 성형수술을 빌미로 수수료를 챙기는 전문 브로커,

연예인에게 있어 성형 수술의 역할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성형외과 의사로서의 입장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성형 수술 그 자체를 두고 찬반론을 펼치고 있는 책이라 볼 수 있다.

 

 

 

「슬픈 발라드일 때는 청순하게, 댄스곡일 때는 섹시하게.

  그녀는 앨범이 나올 때마다 곡 분위기에 맞는 얼굴로 고친다.

  마치 가면을 바꿔 쓰듯. 때문에 그녀의 새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제발 난해하고 어렵지 않은 곡이었으면 하고 슬며시 바라게 된다.」p.43

 

 

 

이 책은 소설책이다. 책의 주제는 성형 수술을 시작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분명 그녀에게는 가슴 축소 수술보다는 내가 권한 쌍꺼풀 수술이 훨씬 이득이다.

  하지만 마치 내가 초콜릿을 사러 온 손님에게 '단맛은 비슷한데,

  조금 더 오래 먹을 수 있고 칼로리도 낮아요.'라고 설득해

  사탕을 판 점원이라도 된 듯한 찝찝한 기분은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환자가 원하는 수술과 환자에게 적합한 수술.

  과연 어떤 게 옳은 것일까.」p.242

 

환자가 원하는 수술과 환자에게 적합한 수술을 두고 고민하는 의사의 혼잣말을 통해

수술을 원해서 직접 찾아오는 환자를 대하는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직업정신

그리고 막대한 수술비용 부담을 감수하는 환자를 단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죄는 아니다.

<페이스 쇼퍼>는 아름다움에 중독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형 왕국이라 불릴 만큼 외국인에게도 성형 수술에 대한 인지도가 꽤 높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삶의 질을 높이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성형은 긍정의 힘을 충분히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마약과 같이 중독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성형이라고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 싶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책이다.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가려진 부분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