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내가 남긴 발자국

글쓰는서령 2010. 11. 13. 19:10

 

 

 

걸어야 할 길이 많을수록 나는 발자국을 힘껏 찍어가며 걸어가야만 했으며,

행여나 비가 오고 눈이 내려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만 했다.

모든 발자국을 남길 수 없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발자국의 크기에 의존했을까, 발자국의 횟수에 집착했을까,

발자국이 커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도 전에 낑낑거리며 그 모든 자국을 넓혀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태어나면서 내가 처음 발을 내딛은 곳이 어디일까?

이 세상에 태어난 나의 발자국을 기꺼이 받아준 곳은,

나이를 먹으면서 걸어가는 곳이 생존하기 위한 목적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걷는다.

 

 

지금 내가 길을 묻는 곳은, 내가 가야할 길은,

그래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 길의 문턱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 있는 나 자신이 아닐까.

 

발자국도 살아온 인생의 흔적일까.

솜털처럼 가벼웠던 어린 시절의 발자국

이제는 그 크기보다는 발자국의 깊이를 바라볼 나이가 되었다.

지금 걷고 있는 땅 위에서 한 발을 내딛는 그 순간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깊이를 새기며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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