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야 할 길이 많을수록 나는 발자국을 힘껏 찍어가며 걸어가야만 했으며,
행여나 비가 오고 눈이 내려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만 했다.
모든 발자국을 남길 수 없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발자국의 크기에 의존했을까, 발자국의 횟수에 집착했을까,
발자국이 커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도 전에 낑낑거리며 그 모든 자국을 넓혀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태어나면서 내가 처음 발을 내딛은 곳이 어디일까?
이 세상에 태어난 나의 발자국을 기꺼이 받아준 곳은,
나이를 먹으면서 걸어가는 곳이 생존하기 위한 목적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걷는다.
지금 내가 길을 묻는 곳은, 내가 가야할 길은,
그래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 길의 문턱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 있는 나 자신이 아닐까.
발자국도 살아온 인생의 흔적일까.
솜털처럼 가벼웠던 어린 시절의 발자국
이제는 그 크기보다는 발자국의 깊이를 바라볼 나이가 되었다.
지금 걷고 있는 땅 위에서 한 발을 내딛는 그 순간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깊이를 새기며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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