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로 손가락을 물들이다
금분에 저녁 이슬 각시 방에 서리니
미인의 열 손가락 예쁘고도 매끈해.
대 절구에 짓찧어 장다리 잎으로 말아
귀고리 울리며 등잔 앞에서 동여맸네.
새벽에 일어나 발을 걷다가 보아하니
반가와라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누나.
풀잎을 뜯을 때는 호랑나비 날아온 듯
가야금 탈 때는 복사꽃잎 떨어진 듯
토닥토닥 분 바르고 큰머리 만지자니
소상반죽 피눈물의 자국인 듯 고와라.
이따금 붓을 쥐고 초승달 그리다 보면
붉은 빛방울이 눈썹에 스치는가 싶네.
- <여인, 시대를 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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