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담다/책에 담아온 詩

봉선화로 손가락을 물들이다 - 허난설헌

글쓰는서령 2010. 8. 8. 10:56

 

 

봉선화로 손가락을 물들이다

 

 

 

금분에 저녁 이슬 각시 방에 서리니

미인의 열 손가락 예쁘고도 매끈해.

대 절구에 짓찧어 장다리 잎으로 말아

귀고리 울리며 등잔 앞에서 동여맸네.

새벽에 일어나 발을 걷다가 보아하니

반가와라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누나.

풀잎을 뜯을 때는 호랑나비 날아온 듯

가야금 탈 때는 복사꽃잎 떨어진 듯

토닥토닥 분 바르고 큰머리 만지자니

소상반죽 피눈물의 자국인 듯 고와라.

이따금 붓을 쥐고 초승달 그리다 보면

붉은 빛방울이 눈썹에 스치는가 싶네.

 

- <여인, 시대를 품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