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상징적 행위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단순한 행위에 불과하다. 글은 누구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은 그 접근방식이 쉽고, 읽기가 끝난 상황에 대한 결정권도 본인에게 달렸다. 그래서 흔히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대수롭지 않게 '독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그 행위를 더러 '취미'라고 단정 지을 수 없노라 생각한다. 어쩌다 기회가 돼서 책 몇 권 읽었다고 동네방네 '나는 책 좀 읽는 사람이다.'라고 홍보하는 것만큼 우스운 모습도 없을 것이다. 제대로 읽지도 않았으면서 책의 본질을 꿰뚫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항상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늘 책을 접하고, 읽은 책에 대한 감상평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실용 독서'를 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말 그대로 실용성에 목적을 둔 독서 행위인데, 이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현대인의 필수적인 관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가 알고자 하는 부분만 확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을 읽음으로써, 보다 빠르고 정확히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독서법이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책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장르가 생겨났고, 이를 활용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독자가 만들어내면서 '책의 가치' 혹 '책의 기능'은 다시 종이책과 전자책이라는 찬반논란까지 만들어냈다. 독서한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인데, 그 방법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옳고 그름이 나타나고 있음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독서 고수들의 실용독서 비법을 파헤치다
이 책 <읽어야 이긴다>의 저자는 현재 싸이월드에서 <직장인을 위한 책읽기 비즈북 Biz Book>이라는 클럽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직장인이라는 특성에 맞춘 독서법, 업무에 도움이 되는 실용서를 추천하고 있다. 서로 독서법과 책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 정기적인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하며, '직장인에게 있어 최고의 자기 계발법은 꾸준한 독서'라는 모토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 한다. 이처럼 <읽어야 이긴다>는 직장인의 책 읽기 프로젝트 즉, 실용독서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독서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직장인에게 과연 어떤 독서법이 필요한 것일까. 신속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일 순위라는 것은 당연지사요, 그럼에도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 융통성있게 독서 시간을 만드는 것이 이제는 '능력'이라 불려도 될 법 하니- 한편으로는 일과 여가 그리고 자기계발에 힘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는 '나의 삶을 위한 투자'라는 야심찬 각오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만만하고도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책'으로 선택된 것이니, 아이러니하면서도 그건 참으로 당연한 선택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바쁜 사람들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종이책
아무리 바빠도 글은 제대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실용성에 목적을 둔 독서법일지라도 말이다.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다듬어져 완성도를 높여갈 뿐, 그 어떤 능력도 마침표를 쉽게 찍을 수 없다. 이 책은 최고의 효용성을 지닌 자기계발로서 '독서'를 뽑았다. 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개인의 능력과 가치가 높아지고 나아가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다. 책은 오직 인간의 삶을 위한 도구로서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온종일 일에 치여서 쓰러질지언정, 책 한 번 스르륵 넘겨보고 잠들어라- 이게 실용 독서의 진짜 목적은 아닐 것이다. <읽어야 이긴다>는 말한다. "효과적인 독서 목표를 세우고 '독서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라. 그리고 여러 권의 책을 준비하고 주기적으로 도서 구입을 함으로써 책과 친밀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나아가 실용독서의 기술과 직장인을 위한 독서활용의 지혜, 실용독서 활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헌데, 이러한 방법이 비단 직장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대상은 '직장인'이지만, 결국은 책을 읽고자 하는 모든 이가 해당되는 것이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학생, 가사업무와 육아로 고생하는 주부도 이 책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그리고 천천히 읽어라
각자의 입장과 능력에 따라 책을 다루는 것은 결국 '각자의 몫'이다. 같은 공간에서 똑같이 업무에 시달려도 '읽을 사람'은 어떻게서든 읽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도 '책에 대한 애착'이 없으면 그 방법을 알려줘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밥상을 푸짐히 차려놔도 배가 고프면 어떻게서든 먹을 것이고, 배고프지 않으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지 않는 게 당연하니, 억지로 꾸역꾸역 삼킨다고 음식의 영양분이 온몸으로 골고루 퍼지지 않을 것이다. 독서라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이치다. 요즘 출판업계를 살펴보면 '자기계발서'가 압도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자기계발서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도 풍부할 것이고, 책을 제작하는 과정이나 시간도 오래걸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이슈를 타깃으로 삼아 이를 '실용적인 삶'이라는 전제하에 내용을 알차게 엮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차 '책은 잘 읽히고, 빨리 읽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난 이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책을 빨리 읽어서 도대체 무엇이 좋다는 것일까.
실용성에 기초한 삶과 독서, 다시 생각해보자
물론, <읽어야 이긴다>는 독서에 대한 잣대를 점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왕 시작할 독서라면 계획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준비하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니까. 그리고 독서 없이도 충분히 제 밥그릇 챙기면서 살 수 있다는 사람들에게, "밥은 굶어도 책은 굶으면 안됩니다."라고 말하고 있음이 꽤 인상적이다. 독서에 임한다는 것은 그 시기와 방법도 중요하나, 가장 먼저 정립되어야 할 것은 '독서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비롯해서 '독서법'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제시하는 책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독서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염원인 것이다. 읽어야 이긴다고 했다. 그렇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좋은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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