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장수 야곱
사람이 사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걷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왔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으며, 누군가 지나가며 닦아놓은 길을 걷고 또 걸어가는 중이다. 삶을 더러 지혜와 용기만 있다면 불가능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나는 아마도 죽는 날까지 이 질문을 수없이 되풀이하지 않을까. 소박하게 살아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행복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그리고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과하지 않아도 궁핍하게 살고 싶지 않은 욕심마저 버려야 한다면, 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몸과 마음은 진정 행복해질 수 있을까.
모두가 잠든 새벽을 기도로 여는 야곱이 있었다. 그는 빵을 굽는 남자, 제일 먼저 빵집의 문을 열고 반죽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가 반죽을 가지런히 준비해놓으면 동료들이 출근해서 빵을 만든다. 야곱은 항상 작은 쪽지 한 장에 하루를 바라보는 자신의 지혜를 적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쪽지 꾸러미에 차곡차곡 모으곤 했다. 하루는 빵 반죽에 야곱의 쪽지가 실수로 들어가게 되었고, 어느 중년의 부인이 쪽지를 읽게 된다. 부인은 야곱의 쪽지에 감명을 받아 손님들을 위한 빵과 쪽지를 부탁하게 되는데…… 그렇게 야곱의 쪽지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그를 찾아오기 시작한다. 야곱의 지혜를 통해 자신의 갈등과 상처를 씻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빵장수 야곱》은 실제로 빵장수이며, 세계적인 제빵회사 '뉴욕 베이글 팩토리'를 경영하는 노아 벤샤가 쓴 책이다. 그는 시인이자 철학자, 명상가로 여러 대학에서 종교와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겪어온 인생체험에서 건져낸 삶의 지혜를 야곱을 통해 널리 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야곱. 주어진 삶 속에서 자신이 마땅히 깨우쳐야 할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야곱, 그는 자신만의 정도, 기준, 관점을 세웠다. 이따금 그의 지혜를 시기하여 분노하는 사람이 찾아오기도 했으나, 야곱과 대화를 나눈 후면 언제나 자세를 고치고 조용히 침묵을 지킨다. 야곱의 앞에 서면 모두가 겸손해지고 차분함 속 지혜를 몸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야곱은 출근 길을 되짚어 집으로 향했다. 길가의 바위에 막혀 고인 물이 얼어붙어 있는 것이 그의 눈을 끌었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인내심이 있으면 어떤 순간이든 영원이 될 수 있지."」p.20
짧거나 작은 여유마저 허용되지 않는 현대적인 삶. 저마다 개성적 삶을 완성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준비하고 도전한다. 무엇이 자신의 가치관을 완성하는가에 대한 자문보다는 무엇이 나의 성공을 촉진하여 돕는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빵장수 야곱은 시대의 오류라 느껴질 법도 하다. 그는 달리는 차 안에서 가부좌를 튼 성인처럼 보인다. "여유를 모르는 자가 어찌 스스로를 안다고 할 수 있는가?" 야곱은 우리에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소박한 지혜를 알려준다. 허나, 지혜를 무겁게 지닌 자는 도리어 그 무게에 짓눌리고 말 것이니, 우리 모두 현명한 생각과 선택이 필요하지 않을까.
'서령의 서재 > 서령의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아이 체질을 알면 최고로 키울 수 있다> : 동종요법으로 배우는 소아 청소년의 체질 (0) | 2013.01.31 |
---|---|
<피의 우화> : 라 퐁텐의 우화, 베르사유 궁전을 찾아오다. (0) | 2013.01.29 |
<우아한 거짓말> :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우아한 거짓말 (0) | 2013.01.20 |
<마술사|겨울밤> : 환각자와 역사를 회상하다. (0) | 2013.01.20 |
<아웃라이어> :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하여 (0) | 2013.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