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
일본 왕실에서 벌어지는 비운의 드라마를 엿보다.
주관이 뚜렷하고 활동적 성향의 오와다 마사코, 1985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였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국제관계 대학원 과정에 재학 중 귀국하였다. 귀국해서는 도쿄대학 법학부에 학사 입학하여 잠시 다녔으나 외무 공무원 고시에 합격하여 1987년 중퇴하고 외무성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일찍이 외국생활을 하면서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익혔고, 자신이 태어난 나라 일본을 거시적 관점에서 중립된 태도로 해석하고, 외교관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했었다. 그녀는 독립된 여성으로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했다. 앞으로도 그러한 독립된 삶을 살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운명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 싶다. 1986년 10월 18일 스페인의 엘레나 공주의 영접식에 참석했던 그녀는 아키히토 왕세자의 아들인 나루히토를 만나게 된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음에도 나루히토는 일반 여성과는 사뭇 다른 느낌,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마사코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리고 그녀야말로 왕세자비로서의 모든 자질을 갖추었다고 확신한다.
직업을 가진 여성이 왕세자비가 되는 것은 왕실 역사상 처음이었다.
나루히토와 마사코의 혼인이 성립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두 사람을 둘러싼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 왕후의 숨겨진 뒷이야기, 일왕의 측근들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나루히토와 마사코의 삶이 《마사코》에 빠짐없이 기술되어 있다. 일본의 상징적인 존재, 왕실의 존엄성과 전통에 부합하는 왕세자비가 되려고 노력했던 마사코였다. 그러나 그녀의 가치관은 여러 차례 일왕과 왕후의 뜻과 어긋났으며, 그러한 마사코의 모습은 왕위 계승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왕세자비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마사코》는 일본 왕실의 가계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반면, 세간에 주목을 받으며, 온갖 의혹과 음모로부터 구속되어 자유롭지 못했던 마사코 왕세자비의 삶을 재해석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그간 보도된 언론자료와 왕실의 측근으로부터 알려진 내부사정에 의한 자료를 토대로 구성되었다. 마사코 왕세자비를 향해 '일본 왕실에 갇힌 나비'라는 비운의 상징적 표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유가 어느 정도 심도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마사코의 친구는 "마사코는 일본 왕실을 바꾸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외국에서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사코는 바깥에서 일본을 바라보았고 때문에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싶어했다."고 말한다. (중간 생략) 왕세자 부부는 혁명가도 아니었고 극단적인 개혁가도 아니었다. 단지 현대화를 원했을 뿐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존재하지 않고 헌신과 자아부정과 사심 없는 중립만을 강요하는 일본 왕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고 했던 것이다."(p.225)
이 책을 통해서 신비와 베일에 싸인 일본 왕실의 모습을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1,500년 동안 숨겨져 왔던 일본 왕실, 그 금지된 세계에 감히 진입하여 나루히토 왕세자와 마사코 왕세자비의 삶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사뭇 흥미진진하다. 현재 일본 왕실은 아키히토 일왕의 건강악화로 인해 '왕 정년제 도입'을 조심스럽게 시사한 바 있으며, 차후 왕위 계승 문제도 거론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일왕의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아들이 없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마사코 왕세자비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적잖이 예상되는 바이다. 현재 아버지를 대신해 공식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나루히토 왕세자, 그리고 마사코 왕세자비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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