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테라피
「흔히 방이 중요한 것은 비를 가릴 지붕과 사람이 쉴 바닥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문이 닫혀 있으면 방이 아니라 감옥이 된다. 사람이 쉬고 머물 수 있는 방의 진정한 의미는 가리는 지붕이나 넓은 바닥이 아니라 바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문, 빛을 들이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에 있는 것이다. 문을 열어라. 바람이 불고 생각과 말과 행동이 오간다. 당신의 크리에이티브가 당신을 가두는 감옥이 아닌, 벗이 머물다 가는 방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사람이 쉬고 머물 수 있는 방의 진정한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 어쩌면 답이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예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남다른 감각이 있기 마련이다. 예술 그 자체가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속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인간의 내외적인 욕망을 예술이라는 장르에 힘입어 표출시키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감각적인 동물이라 할 수 있겠다. 동물적 본능과 냉철한 관찰력이 수평을 이루는 순간이야말로 다음 타자인 고도의 정신세계가 새로운 창조물을 완성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그렇다. 크리에이티브, 그것은 분명 예술임이 틀림없다. 창조와 혁신이 손을 마주 잡고 일심동체가 되는 순간에 비로소 크리에이티브 효과가 마법처럼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그와 같은 마법이 필요하다. 속된 말로 지금 세상은 갈 때까지 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세상 속에서 첨단기술은 끊임없이 고도의 성장을 갈구하고 있으며, 인간은 그에 발맞추어 삶의 질을 높이고자,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기술에 뒤처지지 않고자, 그것은 곧 삶의 질이 하락세를 타는 것임을… 그러나 우리 인간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세상과의 소통력이다. 자칫 기술의 진보에 뒤처진 나머지, 인간이 지닌 고유의 정신력마저 도태될지 모른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삶의 감각을 깨워야 할 시점이 찾아왔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 안에 잠재된 본능을 흔들어 삶을 깨워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방면에 일가견 있는 카피라이터를 만나게 되었다. 언어의 마법사라 불리는 윤수정 카피라이터가 쓴 <크리에이티브 테라피>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이제 더 이상 제력이나 지식,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다. 남들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의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스토리이다. 과거는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 남들보다 월등한 사람이 지배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남들과는 다른 크리에이티브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지배하는 시대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국내 1호 영화전문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영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처음으로 한국 영화계에 도입했으며, 현재까지 영화 전문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서는 유일한 사람이다. 우리의 사고에 짧고 강렬한 낙인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서 영화와 광고 속의 스토리가 지닌 찰나의 순간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그녀였다. 비단, 영화인과 광고인뿐만 아니라 이제는 자신이 몸소 습득한 크리에이티브적 감각을 우리의 삶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필요에 의해 생성되는 인간의 일시적인 감각만으로는 멀고도 험난한 삶의 여정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크리에이티브 테라피>는 그리 먼 곳을 둘러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비법을 모두 나열할 수 없기에, 나는 나름대로 핵심만을 간추려서 설명하고 싶다. 앞서 언급했던 예술가의 정신세계를 이루는 최소한의 단위, 초점 바로 자기 자신을 향한 몰입이 우선적으로 진행되야 할 것이다. 부질없는 것을 향한 거침없는 타파의 정신이 필요하다. 제도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진행하는 브레인스토밍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의 생각도 근육과 같다고 본다. 근육을 단련하듯이 생각도 꾸준히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피라이터의 능력은 짧고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생각에 굳은살이 배기도록 역동적으로 관찰하고, 음미하고, 소화하고, 도로 내뱉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창조력을 지니게 될 것이며, 그것은 곧 자신의 삶을 수면 위로 뚜렷하게 드러내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이 책은 영화 카피를 쓰는 저자의 내공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 분야라는 것은 기업의 경영,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저자는 "감각을 열고 자신을 믿어라!"고 한다. 이는 저자의 진솔한 경험담에서 우러나는 강력한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자신을 믿는 것이 바로 크리에이티브적 테라피인 셈이다.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책으로 기억에 남을 듯…